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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스 Jasmine Aug 11. 2024

브런치 먹으며 스무고개 놀이

내 기억의 오류는 언제나처럼

토요일 아침,  골프를 치러 새벽에 나간 남편을 제외한 Sophia, DJ, 나 이렇게 셋은 우리가 즐겨가는 하와이안 커피샵, Kona에 아침으로 무쓰비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소시지 무스비와 아보카도 무쓰비, 크라상 샌드위치를 기다리며 아들의 제안으로 우리는 스무고개를 하기로 했다. 이곳에 오면 늘 우리는 스무고개를 했던 것 같다. 아들이 초등학교도 가기 전부터 했던 스무고개 놀이는 아직도 우리의 최애 게임이다.


내가 제일 먼저 시작을 했는데 나는 눈앞에 있는 라뗴를 선택했고, 질문들은

'이 식당 안에 있는 것인가?'로 시작해서 점점 좁혀 들더니 급기야 '식탁 위에 있는 것인가?'에서 이미 정답은 식탁 위에 놓은 것들 몇 개가 나오면서 금방 드러나 버렸다.

아들 순서에서는 쏘피아와 나의 질문들, 살아있는 것이냐에서는 아니라는 답이었고, 그 후로 여러 개의 질문을 했지만 우리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아들은 보다 못해 5번의 기회가 남았을 때 힌트를 준다고 했다. 열다섯 번째의 질문에서도 답을 못 맞히자 아들은 조금 전에 엄마가 하려던 질문을 누나가 못하게 했는 게 그 질문이 힌트라고 했다. 문제는 내가 뭘 물어보려고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아!

  사람입니까?


하려다가  쏘피아가


이모, 살아 있지 않다고 했으니까 사람은 아니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맞다는 아들의 말에

나는 아까 우리의 질문 중 실내에도 없고 실외에도 없다는 황당한 대답에 의아했던 기억이 나서 죽은 사람이냐고 헀더니 맞다고 했고 작곡가냐고 했더니 아들이 들켰다는 듯 웃으며 맞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클래식 작곡가들을 외치기 시작했고, 모차르트, 리스트, 바하에 이어 베토벤에서 빙고! 20번 만에 극적으로 쏘피아가 베토벤을 맞춘 것이다.  아까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심하게 찡그리며 아니라고 했던 아들의 모습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아들은 안에도 밖에도 없다고 했을 때, 쏘피아 누나가 바다 밑에 있냐는 질문이 날카로왔다고 깨알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번엔 쏘피아의 차례. 우리의 질문으로 유추한 것은 DJ보다 키가 크고 우리 집에는 없다였다. 헤매는 우리에게 쏘피아는 먹는 것이라는 힌트를 줬고 나는 옥수수를 외쳤는데 쏘피아가 놀라며


앗! 이모 맞아요! 옥수수예요!


나는 정답을 맞힌 내가 너무 신기해서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맞췄냐는 아들과 쏘피아의 질문에 쏘피아가 옥수수가 많은 아이오와주에서 왔다는 게 생각나서였다고 했다.


장차 피아니스를 꿈꾸는 아들의 관심사, 그리고 현재 입시 준비로 치고 있는 베토벤, 아이오와 들판에 널려있는 옥수수, 나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 위의 커피. 우리는 그렇게 모두 우리의 관심사와 늘 주변에 마주하고 있는 것에 스무고개의 문제를 고르고 있음에 다시 한번 웃었다.


남편의 스무고개 인기 질문은 DJ 고추 또는 DJ  오른쪽 또는 왼쪽 엉덩이였는데, 그럴 때마다 DJ는 까르르 넘어가며 한국 사람 옆에 있는 거 아니냐고 아빠에게 주의를 주곤 했었는데 이제 어느새 혼자 운전도 하고 다니는 낭랑 17세가 되었으니…


스무고개 게임 이미 10년 차가 넘은 베테랑. 한동안 뜸했던 스무고개를 오랜만에 했더니 쏘피아가 저녁을 먹으며 아침에 스무고개 한 이야기를 남편한테 하면서 너무 재밌었다며 내가 문제를 신기하게 너무 잘 맞추면서 정작 본인은 식탁 위에 있는 물건 아무거나 선택하는 게 너무 웃겼다고 한다.

이제까지 했던 스무고개의 정답들을 수첩에 적으면 어떤 단어들이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엄마, 아빠랑 아직도 스무고개를 하며 신나 하는 아들이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무고개의 기원을 찾아보니 스무고개는 1950년대 영국 BBC의 라디오 프로그램  Twenty Questions로 유행했고 한국에서는 80년대 이를 모방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서 퍼졌다고 한다.

20번의 예/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 안에 답을 알아맞히는 이 수수께끼 놀이가 아이들의 추리력과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의 스무고개는 계속될 듯하다.


스무고개 에필로그:


내 기억의 오류를 조금 전 쏘피아의 귀환으로 알게 됐다. 나의 첫 스무고개 답은 라떼라고 썼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아들은 늘 먹는 블루 레모네이드를 시키고 나는 스페셜 라떼를 시켰는데 쏘피아만 깜빡하고 주문을 하지 않은 게 갑자기 기억이 났다. 늘 가면 자동으로 주문하는 버릇에 우리의 단골 메뉴만 주문을 하고, 친구 딸 쏘피아 음료수는 주문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쿠. 세상에!! 이모 집에 왔는데 이모는 자기 거랑 자기 아들 음료수만 시키고 본인 거는 물어보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서러웠을까를 생각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교회에 간 쏘피아가 돌아오면 얼른 사과를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쏘피아가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순간,


쏘쏘 (소피아 어릴 적부터 애칭)야! 세상에 우리 브런치 먹을 때 쏘쏘것만 음료수를 안 시켰지. 미안!! 이제 생각났어!!


사과를 하는 나에게 소피아는 다가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모, 저 아이스 마차 라뗴 사주셨잖아요!


허걱!!! 세상에.. 나의 기억의 오류였다. 왠지 수무고개 나의 문제 정답을 나의 라뗴라고 쓰면서 뭔가 찜찜한 게 개운치가 않았다. 분명 쏘피아 앞에 있는 음료였는데…

나의 스무고개 정답은 바로 마차 라떼였고, 나는 새까 많게 까먹은 채 혼자 쓸데없는 반성을 하며 눈덩이처럼 커진 미안함을 혼자 굴려가며 쏘피아가 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학 전 tax free (세금 제외) 세일이 있어서 백화점에 갔다가 저녁엔 또 새로운 메뉴를 시도한다고 인도 식당에 갔다가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들에 내 뇌에 과부하가 걸렸었나 보다.

쏘피아의 마차 라떼 얘기에 나는 눈물을 흘려가며 웃었고, 역시 우리의 기억엔 무수한 오류가 있음을 다시 한번 인정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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