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베르사유 궁전과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 셋은 큰 혜영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큰 혜영이가 저녁 식사로 스위스 요리 Raclette 라클렛을 해 준다며 집 앞에 정육점엘 함께 갔다. 큰 혜영이가 고르는 고기들을 보니 살라미, 페퍼로니등 주로 치즈 보드 charcuterie board에 올라가는 고기들이었다. 미국에선 비닐에 압축 포장되어 있는데 살라미등을 그 자리에서 썰어주는 게 신기했다. 정육 점 주인이 쓸데없이 너무 잘생겨서 프랑스는 역시 잘 생긴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한국 손님이 몇 있어서 불고기 거리에 쓸 얇은 고기도 썰어준다고 했다.
라클렛은 스위스의 유명한 치즈요리로, 큰 덩어리의 라클렛 치즈를 녹여 찐 감자와 고기를 싸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정작 며칠 전 스위스에서는 이틀 연속 삼겹살이며 김치찌개에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친구 덕분에 스위스 음식을 먹는다고 하니 신이 났다.
혜영이네 식구 셋 나와 아들 이렇게 다섯이 둘러앉았다. 조금 전 사온 고기들과 먹음직스럽게 쪄진 노란 찐 감자가 접시에 담겨 있었는데 각자 우리 앞에 라클렛 그릴이 놓여 있었다. 동그랗게 생긴 판이 2겹으로 놓여 있는데 중간에 공간이 있었다. 손잡이가 달린 세모 낳게 생긴 그릴이 돌아가면서 네게가 있었는데 이 안에다 치즈를 녹여 먹는 거라고 했다. 치즈가 녹으면 치즈에 감자와 고기를 함께 먹는데 치즈의 고소함과 감자의 부드러운 촉감과 짭짤한 고기의 조합이 완성맞춤이었다.
큰 혜영이는 라클레르 (racler)가 불어로 긁는다는 뜻에서 이 요리 이름이 라클렛이라고 했다. 주로 겨울에 즐겨 먹는다고 하는데 미국에 가서이 라클렛 그릴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치즈를 기다리면서 녹여 먹는 재미에, 고슬고슬 감자도 너무 맛났다.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밤, 아들과 둘 이한 우리의 음악 여행의 마지막 날이 라클렛 치즈의 고소함으로 가득 채워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