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스 Jasmine Aug 13. 2024

알프스 정상, 융프라우에서  컵라면 먹어보기

봄방학 유럽 음악여행에 엄마 욕심에 스위스도 포함시킨 건 무죄!


드디어 D- day! 오늘은 이번 봄방학, 음악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던 하이라이트, 바로 알프스 정상, 융프라우에 오르는 날이다. 모나코에서 마르타 아그리지의 피아노 공연도 보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소코로브 피아노 공연도 보고 덤으로 우피치 미술관, 피사의 사탑도 봤고 여행의 막바지에 다 달라서 어제 도착한 스위스, 인터라켄은 상상했던 것처럼 아름다웠다. 동화 속, 유튜브 화면 속에서만 보던 스위스에 우리가 실제로 와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알프스 산꼭대기에 올라간다니 아침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대고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보니 스위스는 날씨가 관건이라는데 날씨까지 화창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만년설이 뒤덮인 뽀송뽀송 수백만 개의 마시멜로를 뿌려놓은  듯한 산을 바라보며 우리는 아침을 먹었다. 유럽 호텔들의 아침은 미국과 비교해 볼떄 훨씬 건강식이었다. 기름기 많은 감자튀김이나 베이컨보다는 각종 과일과 샐러드가 가득했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크라상도 더 맛있었다.

Aviator앱으로 예매한 관광 가이드가 있는 ‘ 인터라켄에서 유럽 최고봉 융프라우 관광’  하루 코스는 호텔에서 도보로 15분쯤 떨어진 곳에서 오전 10시 45분에 출발이었다. 어젯밤 호텔 앞 약국에서 사두었던 고산병 약도 아침에 먹었다. 예전 아들과 단둘이 떠난 첫 콜로라도 여행 때  길을 걷는데 숨을 잘 못쉬는 나를 보고 아들이 911을 불러야하는데 어딘지 모르겠다며 난처해했던 기억이 떠올라 유럽의 최고 꼭대기에 가기 위해서 고산병 약은 필수였다. 여행객 집결지인 Interlaken Shop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곧 관광 가이드 2명이 도착했는데 한 명은 40대 초, 중반쯤 되어 보이는 스위스 남자와 20대쯤의 여자 중국 가이드였다.  여행객들에게 스위스 여권과 각 출신 나라들의 여권을 줬는데 우린 스위스 여권, 미국 여권을 받았고, 혹시 한국 여권이 있냐고 물었더니  조금 있다 갖다 줬다. 여행객들은 미국에서 온 가족들도 있었고, 취리히 역에서 합류한 일본에서 온 젊은 20대 아가씨들,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 남미에서 온 가족등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나라에서 온 그야말로 세계는 지금의 각 대표들이 모인 듯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초콜릿 상점에 들려 알록달록 종류도 다양한 초콜릿을 맘껏 구경하다가 주변에 한국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신혼여행을 온 듯한 커플룩을 한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스키 장비를 울러맨 사람들도 보였는데 알프스산을 스키를 타며 내려오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우리 모두는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아이거 익스프레스( Eiger Express)   곤돌라에 몸을 실었다.  새하얀 설경으로 덮인 산들이 360도로 펼쳐져 있었다. 눈썰매를 탄 눈의 마녀가 저쪽 어디선가 끊임없이 눈을 뿌리고 있을 것만 같은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동화 속 어딘가를 썰매가 아닌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온 세상의 색깔은 파랑과 하양만 남았다는 듯 푸르른 하늘 아래 곱고 하얀 굽이굽이 산등성이들이 눈에 담고 담아도 질리지 않을 무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와하는 감탄사가 쉴 새 없이 나오고 곤돌라에 함께 한 관광객들의 표정도 경이로움과 행복 그리고 하얀 색깔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 있는 듯 보였다. 20분쯤 지나 융프라우 철도역에 도착했다. 융프라우 철도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까지 100년 넘게 운행해 왔다고 하는데 2020년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서 융프라우 철도의  V- Cableway  프로젝트가 완성됨으로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1시간 30분으로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한다.


곤돌라에서 새하얀 설경을 맘껏 구경하고 나서 우리는 융프라우 산악 철도로 환승을 했다. 열차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스위스 남자분이 영어로 하고 나면 중국 가이드가 중국어로 설명을 해줬다.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는  묀희 Mounch, 아이거 Eiger, 묀히 이렇게 세 봉우리 중 가장 낮은 산등성이인데 융프라우요흐 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으로 해발 3,454 m에 있다고 한다.


드디어 우리는 유럽의 꼭대기, 알프스 정상, 융프라우에 도착했다. 정상에 꽂힌 스위스 국기를 향해 올라가는 중에 빨간 하트 모양의  사랑의 불시착 Crash Landing on 표지판이 사진 찍고 가라고 서 있었다. 사랑의 불시착 인기로 스위스 여행이 현빈이 피아노 친 곳 등으로 드라마 속 스위스를 여행하는 테마 여행도 많이 소개된 있었다. 우리도 찰칵 사진을 찍고 터널을 따라 융프라우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알파인 센세이션으로 향했다. 반짝반짝 노란 별들이 터널 가득히 장식되어 있었고 동물 모양의 나무 조각, 거인 크기만 한 스노우 볼, 아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듯 얼음으로 빚은 그랜드 피아노가 우리를 반겨줬다. 이번 음악 여행의 테마였던 피아노가 알프스에서도 우리를 반기고 있었으니 얼마나 흐뭇하던지. 영화 아이스 에이지의 우스꽝스러운 다람쥐가 얼음속 안에 도토리와 함께 박재되어 있었고, 터널 곳곳에 Top Of Europe이라는 사인이 나타났다.  

디어 터널을 통과하고 나오자 하늘을 찌를 듯 높다란 막대기 위에 빨간 스위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눈길 바닥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나는 엉금엉금 조심해서 걸었고 스위스 국기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기다란 행렬을 발견했다. 일단 우리 키보다 조금 더 큰 장대에 걸린 스위스 국기 옆에서 먼저 찰칵 사진을 찍고 아들과 나도 그 기나긴 행렬에 동참했다. 앞뒤로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다. 우리 뒤에는 사회 초년생들로 회사에서 휴가를 내서 온 생기발랄한 젊은 여성분들이었고 우리 바로 앞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연인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우리 앞 커플 차례였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둘은 정말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대는 거였다.  이제는 다 됐겠지 하면 또 다른 포즈를 취하고 각각 찍었다가 또 둘이서 얼마나 찍어대는지 같은 한국인으로서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결국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나와 아들은 우리 뒤에 있던 생기발랄 여성분께 부탁하고 정말 번개와 같은 속도로 포즈 한번, 두 번만 한채 괜찮다고 나와 버렸다.

이번 유럽 여행의 내 맘 속 두근두근 하이라이트였던 융프라우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내가 정말 알프스 최 정상에서 공기를 마시고 눈길 위를 걸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또 우리가 기대했던 순간! 바로 알프스 최정상에서 한국 컵라면 신라면을 먹는 것!

스위스 국기 옆에서 사진 찍기를 기다리면서도 우리 뒤에 있던 여성분들께 컵라면 먹는 곳을 물어봤다. 요 아래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다는 다짐을 받고 아들과 나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는데 호호 불며 신라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빨간 컵라면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융프라우에서 한국사람은 컵라면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여행사를 거쳐서 티켓팅을 해야 그렇다고 했다.  컵라면 한 개당 9 프랑이라고 하니 아들이 화들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알프스 정상에서 한국 컵라면을 안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린 컵라면 2개를 주문했고 유럽의 최고봉 알프스 산맥 정상 융프라우에서 먹는 신라면 맛은 정말 기가 막힌 맛이었다.

설경을 바라보며 컵라면으로 따뜻하게 배를 채운 후 스핑크스 전망대를 구경했다. 스핑크스 전망대는 융프라우요흐 역보다 117m 더 높은 곳에 건설된 유럽 최고의 전망대라고 했다. 영화 007에 나오는 배경지이기도 하다. 건물이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유럽의 꼭대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빙하는 광활함 속에 아름다움이 담겨있었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융프라우와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산악 열차에 몸을 실었고 오후 늦게 집결지에 다시 도착했다. 어디를 쳐다보다 아름답기만 한 이곳 스위스에서 우리는 또다시 호텔 근처에 한국 식당을 발견하고 저녁으로 된장찌개와 김치전을 먹었다.


초콜릿 하면 스위스가 최고인지라 우리는 초콜릿 가게에 들러 다양한 초콜릿들을 선물로 사고 엄청난 가격에 다시 한번 놀라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내 친구 혜영이가 있는 프랑스로 출발한다.

스위스여, 알프스여, 융프라우여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다시 만날 땐 남편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