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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스 Jasmine Oct 27. 2024

Laufey와 함께하는 가을 재즈 여행

11.11.2023 아들과 함께 한 Laufey Concert

클래식의 ㅋ 자도 모르던 내가 아들 덕분에 클래식 세계에 입문하게 되고 심지어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방송에서 월요일엔 클래식 코너를 만들었다. 물론 아들의 도움으로.


내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은 요일별로 테마가 있는데

월요일은 맛있고 우아한 월요일, 추억과 사연이 있는 음식이야기와 클린이 (클래식 초보) 쟈스민과 클박이 엮어가는 재밌는 클래식 이야기

화요일은 책 읽어 주는 여자 쟈스민과 함께 잠들어 있던 감성세포 깨우기, 영화, 드라마 OST

수요일은 생활 속 재밌는 심리학 이야기와 히든 트랙, 유명가수의 숨겨진 명곡 또는 알려지지 않은 그룹, 가수 소개

목요일은 Throw Back, 래트로 감성, 추억의 팝송, 영화, 음식

금요일은 달라스는 처음이지? 지금 세계는? 환경이야기, 리사이클 아이디어 / 아무 노래


이렇게 코너를 꾸미고 있다. 여기서 월요일 클래식 코너 클박(클래식 박사)은 방송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아들이다. 일요일 저녁에 나는 아들을 애타게 찾는다.


나 월요일 곡 뭐 하지? 작곡가가 누구라고?  
몇 번째 movement을 틀어야 한다고?

방송이 나가야 하는 월요일 아침, 난 내 오피스에서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를 뒤지며

DJ! 나 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틀고 싶은데 못 찾겠어!

DJ!  지난번에 임윤찬 콘서트에서 앙코르로 친 곡 쇼팽에 가을 맞지?
오프닝으로 딱인데 못 찾겠어!  

엄마! 나 학교 가야 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아이코 그럼 다른 곡으로 찾아야 하나' 하고 책장을 넘기는 데


아들에게서 온 반가운 문자!


쇼팽의 12 계절 중 가을 편 링크를 보내왔다.


휴~ 역시 우리 아들. 고마워!


난 계절의 클래식하면 비발디의 사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쇼팽은 1월부터 12월까지를 만들었다는 걸 아들 덕분에 알게 됐다. 아들 덕분에 함께 간 임윤찬 콘서트, Daniil Trifonov, Martha Argerich 공연 등을 보면서 내 귀도 조금씩 클래식과 친해지고 월요일 클래식 코너를 진행해야 하기에 읽은 클래식 책들 특히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늘 차 안에서도 클래식 관련 아들이 내는 퀴즈를 맞혀야 했기에 클래식을 알아갈수록 점점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들이 나에게 또 소개해준 씽어쏭라이터 Laufey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고혹적인 저음의 재즈 목소리에 첼로를 연주하는 그녀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였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면서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를 했었는데 그녀가 달라스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달라스 업타운에 있는 The Echo Lounge & Music Hall에서 11월 11일 토요일 저녁 공연을 한다고 해서 나는 티켓 2장을 샀다. 달라스 업타운까지 운전은 통 자신이 없어서 우버를 타고 아들과 도착한 공연장엔 십 대, 이십 대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연인들, 또는 딸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있었는데 엄마와 아들은 우리밖에 없는 듯 보였다.


늘 좌석을 찾아가야 하는 클래식 공연과는 달리, 그냥 입장하는 티켓이라 너무 낯설었고  나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서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Laufey의 공연장으로 입장을 했는데 아들의 표정이 급 어두워졌다.


공연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 매워졌고 좌석이 없이 그냥 서서 보는 공연이었다. 정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치의 공간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80년대 표현을 빌리자면 닭장 같은 분위기였다. 한국의 만원 버스, 숨 막히는 한국의 지옥철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Personal  space를 중요시 여기는 미국 문화에서 자란 아들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변하고 있었고 뒤로 주춤하더니 뒤에서 본다는 거다.

만원 버스에 매달릴 뻔도 했던 경험이 있던 나는 용감하게 사람들을 뚫고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돌진 태세를 취하고 있는데 아들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자 안 되겠다 싶었다.


이층을 올려보니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여 안내 데스크로 갔다. 설마 아직 이층에 자리가 있겠어. 하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추가 요금 20불만 내면 이층으로 갈 수 있다는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40불을 지불하고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아들에게 다가갔다.

DJ! 2층으로 가자. 엄마가 업그레이드했어.

어? 엄마? 진짜? 우와!!! 고마워!!!!

그렇게 우린 2층으로 올라가서 Laufey의 정수리를 아주 가깝게 볼 수 있었다.

알프스 소녀 같이 귀여운 그녀는 자기 몸만 한 기타를 들고 등장했다. 조그 많고 앙징맞은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외모와 어울리지 않은 동굴 속에서 나오는 저음이었다. 재즈를 부르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그녀와 함께 하는 밴드는 모두 클래식 악기 연주를 하고 그녀는 첼로를 켜고 또 피아노를 친다. 몽환적인 무대 장치와 함께 흘러나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저음은 11월의 가을과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아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내 입고리도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아들과 함께한 가을밤의 재즈 데이트,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xIyVfVAt8


Laufey & the Iceland Symphony Orchestra - I Wish You Love (Live at The Sym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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