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날의 출근길

비가 오는 건 알았는데 또 평소와 같이 나왔다

by 아침에달리

오늘 비가 오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나가야지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문을 나서는 시간은 잘 봐줘야 2분 정도 빠를 뿐이었다. 그래, 그래서 오늘도 내가 늦겠구나. 진땀이 난다.


우산을 들고 종종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과연 출근시간이 10시쯤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비가 오는 출근길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오늘 같은 날은 평소 듣던 노래도 더 신나게 느껴진다. 바람도 선선해서 발걸음도 쿵작거린다.

leaf-1001679_640.jpg

여름날의 출근길, 특히 비 오는 날의 출근길이 좋은 이유가 또 있다. 회사에 가면 이 후텁지근한 끈적임들이 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우리 회사가 공공기관이 아닌 것에, 파워냉방을 할 수 있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가끔 운이 좋다면 나보다 더 늦게 오는 선배, 상사님들도 보인다.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선배들이 늦게 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인간미에 살짝 웃음이 난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절대 팀장님은 늦으시는 법이 없다. 폭우가 내려도 일찍 도착하신다. 출근은 직급 순인가 보다.

그리고 출근이 직급 순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그럼 내가 늦게 오는 것도 다들 이해되실 텐데.


부슬비보다는 폭풍으로 쏟아지는 비가 더 났다.

창문으로 보이는 부슬비에 속아서 청바지가 종아리까지 젖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 오는 출근길의 올바른 자세는 반드시 슬랙스를 입는 것. 그리고 양말을 하나 더 챙기는 것이다.

회사에 도착하면 축축한 습기는 금세 다 사라질 것이고 양말까지 갈아 신고 나면 난 뽀송뽀송해질 거다. 완벽한 하루가 시작되는 거다.


뽀송한 사람의 오늘 하루는 산뜻 그 자체일 것이다. 밖은 습하고 비도 오겠지만 나의 오늘의 업무는 깔끔할 것이다. 힘들었던 출근만큼 오늘은 모든 일들이 잘 끝날 것이다.
놀랍게도 오늘도 완벽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오늘은 완벽한 하루이다. 눈 감았다 뜨면, 이것저것 깔끔히 처리해 낸 뒤의 퇴근시간이기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 잘 되어있을 거야.

그리고 퇴근길은, 조금 더 비가 와도 괜찮아. 퇴근이니까.

오늘도 목표한 바를 조금씩 이루게 되는 하루이기를. 비 오는 날도 영차영차 출근할 만큼 내가 제일 고민 많이 했으니까. 한 걸음씩 산뜻한 하루를 시작해보자.

이전 05화누구를 위한 카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