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또는 팀장님 휴가
오늘은 평화롭게 출근합니다.
오늘은 화가 나지 않아요.
지하철에서 서서 가기? 뭐 그럴 수도 있죠.
끼어들기? 오늘은 다 양보해 줄 수 있어요.
오늘은 팀장님이 휴가 가신 날이니까!
사실 휴가든 출장이든 외근이든 그게 뭐든 간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어딜 갔는지 몰라도 된다. 일단 오늘은 안 계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하나 더, 무조건 전날 퇴근 전부터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저녁의 마음도 평화롭다. 당일 아침부터 행복할 수 있다. 출근하는 내 마음이 부담 없이 느긋하다.
물론 팀장님이 없어도 나는 근면 성실한 월급쟁이니까 열심히 한다.
할 업무들은 착착 처리해나가기 때문에 더 바쁠 때도 있다. 그래도 급하게 오더가 안 떨어진다는 사실은 하루를 얼마나 평화롭게 만드는가.
또 평화로운 출근길이 있다. 오후 반차를 쓴 날이다.
오전에 무조건 모든 업무를 깔끔히 마무리해 놓고 점심 먹기 전에 집에 가려는 목표를 세워본다.
이 날은 중간에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빨리 처리 해 놓고 11시 반이면 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12시까지 다 끝내지 못하는 날도 있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가지만 나 혼자 남아서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나지 않는다. 이것만 하면 갈 거니까 기꺼이 점심시간은 반납할 수 있다.
언제 점심을 먹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먹는지가 중요한 거니까.
동료들이 점심 먹으러 안 가냐고 물을 때면, 난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아마 밥 먹고 오시면 전 없을 거예요!"
이렇게 기쁜 출근 날이면 응당 그 전 날부터 기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팀장님 없는 아침 출근길이다.
어제도 꿀 잠을 잤더니 한결 관대해졌다. 오늘 할 일은 딱히 잘 모르겠다. 일단 가면 되겠지.
오늘은 이렇게 출근을 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슈도 없을 거야. 쉴 수 있을 때 쉬는 하루가 될 거야.
열심히 내 할 일을 슬기롭게 하고 깔끔하게 집에 가는 날이 될 거야.
오늘은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하루니까 밀렸던 일들을 차근히 해 내자. 하루의 여유가 주어졌으니 힘줘야 할 부분에 힘을 주고, 쉼이 필요한 곳에는 시간을 주자. 오늘은 이렇게 지내자. 오늘은 이렇게 출근하자.
눈 감았다 뜨면 생각했던 일들을 깔끔히 해소한 뒤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탁탁 털고 집에 가고 있을 거야.
오늘은 그런 날이야. 오늘의 출근은 기쁘게 맞이하자. 오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