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출근길

이토록 출근길이 수월하다니 금요일은 나만 출근하나 보다.

by 아침에달리

오늘도 출근을 한다.

약간의 피곤함을 누른 채 간신히 일어났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금요일이기 때문에 어젯밤 조금 무리를 해서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오늘만 버티면 되는데 함부로 일찍 잠들 순 없다. 직장인의 기본 소양은 불금이 아닌 불목이다.


금요일 아침은 여유롭고 서글프다. 차가 거의 막히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출근길이 수월하다니, 금요일은 나만 출근하는 건가 보다. 다들 어디 갔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잠시 나는 또 열심히 내 갈길을 가련다.

금요일은 그래도 시간이 잘 간다. 오전에는 주간보고를 몇 건이나 써야 하기 때문이다. 팀 주간, 본부 주간, 전사 주간 등 각기 다른 양식에 담기는 같은 내용을 세심하게 골라서 변주를 준다.

아, 퇴근 전까지 개인 업무일지도 써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긴 했는데, 한 주 내내 열심히 머리 싸맸는데 뭘 했는지는 쉽사리 적지 못한다.


금요일은 금요일의 들뜸이 있다. 점심만 먹고 나면 살짝 엉덩이가 가벼워진다. 사무실 내 빈자리도 종종 보인다. 나만의 들뜸은 아니었는지, 회의실에, 복도에, 건물 밖에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쉬는 건 아니라는 게 늘 문제긴 하지만 설렁설렁한 분위기를 타고 아무도 없을 때 살짝 업무 집중도 잘 된다. 이것만 끝마치고 쉬어야지, 하며 의지도 불어넣어 본다.


이것만 끝마치고 집에 가야지.

오늘 이것만 다 하면 나는 자유다.

오늘 밤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야지.

나는 자유다. 나는 오늘 할 일을 잘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갈 것이다. 오늘은 다 해낼 수 있다.


정말 회사가 가기 싫을 때는 금요일을 빼놓고 주말을 세었다.
화요일 출근길이라고 치면, 오늘은 일단 출근하니까 빼고 수요일-목요일은 그래, 출근해 주고 금요일은 또 금요일이니까 빼고.

그럼 난 이틀만 인내하며 열일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정신승리를 하면 그날의 출근길도 아주 어렵진 않아진다. 하물며 오늘이 바로 그 금요일이다. 조금만 집중하자.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 할 일은 어쨌든 끝이 난다.


끝이 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오늘은 완벽한 하루이다. 눈 감았다 뜨면, 이것저것 잘 처리해 낸 뒤의 퇴근시간이기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 잘 되어있을 거야.

나의 무의식은 완벽하게 잘 처리했을 거다. 일주일 내내 고민했으니까.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나는 금요일의 제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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