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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에달리 Mar 10. 2022

매직스트레이트가 필요 없는 날이 올까?

곱슬예찬_곱슬머리도 예뻐질 수 있다

악성곱슬, 지R머리, 돼지털... 늘 나와 함께 했던 단어이다.

내가봐도 이리 휘고 저리 날리는 곱슬머리는 예뻐보이지 않았다.

이 지저분한 천연곱슬을 없앨 수 있을까?


이 글은 앞으로도 볼륨매직을 통해 생머리를 유지하려는 곱슬머리들에게는 권장하지 않아요.

지긋지긋한  미용실의 눈총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곱슬로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분들, 또는 곱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매직강박 친구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 하고 도움주실 분들만 읽기를 권해요.



가장 싫어하는 장소는 여름날의 미용실이다.

빠글거리는 뒷통수를 단정한 매직머리로 바꾸기 위해 다섯 시간이 넘도록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죄송스러운 얼굴은 필수였다. 후덥지근한 드라이와 매직기가 머리를 지져도 참아야만 한다. 내 곱슬머리를 예쁘게 펼 수 만 있다면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미용사들은 한결같이 나를 두고 머리 숱이 많고 악성곱슬이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저녁도 거르고 두명이나 달라 붙어서 낑낑대며 머리를 피고 있는 그녀의 말에 무거운 마음이 더욱 가라앉는다.

추가금을 내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해 줬다라는 선심쓰는 말이 더 힘들다. 그저 나는 낸 돈에 상응하는 헤어서비스를 받고 싶었던 것인데 눈칫밥은 덤이다.


어느날은 곱슬 머리가 생머리가 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손님 중, 곱슬머리였다가 매직을 많이 해서인지 어느날 생머리로 고쳐진 사람 얘기를 해 주셨다.


아, 곱슬머리는 고쳐야 하는거구나.

내가 봐도 그랬다.  곱슬머리는 단정하지 않았다. 지저분하게 붕붕 떴고 부스스했다.

버석버석 거리는 것이 빗자루 같았다.


그렇게 중고등시절을 지나 20대 내내 움츠린 곱슬로 살아왔다. 머리를 풀고 다니는 것이 소원인 20대였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드디어 곱슬머리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곱슬머리도 예뻐질 수 있다.


여느 날과 같이 매직스트레이트를 하러 갔는데, 미용사분이 곱슬거리는 앞머리는 쫙 피지 말자고 하셨다. 이런 웨이브를 갖기 위해 앞머리펌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게 예쁘다니?

이게 예쁘다구요? 그건 그랬다. 앞머리 구루프를 말지 않아도 내 머리는 자연스러운 물결이 있었다.

물론 앞머리에 한해서만 이었다.

남은 뒷 머리는 뿌리부터 쫙쫙 폈다. 늘 그랬듯이.


그런데, 혹시 뒷머리도 매직을 하지 않은 채 내 머리로 자라면 이렇게 구불거리지 않을까?

마치 웨이브펌을 한 것 처럼 예뻐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훗날의 이야기.

지금은 그저 보기 싫은 곱슬머리가 마냥 밉지 않던 첫 날이었다.

곱슬머리를 가진 내가 고쳐야하는 존재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던 첫 날이었다.


어쩌면 매직스트레이트가 필요 없을 수도 있겠구나.



자연스러운 앞머리의 구불거림. 예쁘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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