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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에달리 May 19. 2023

뇌는 자기가 몇 살인지 모른다

엄마와 ESG -늙어서 그런 건 없어

“너희들도 나이 먹어봐, 엄마처럼 다 잊어버리지”

10년 전 40대인 엄마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늙어서 그래, 이젠 엄마도 다 늙었잖아”

쉰이 훌쩍 넘은 엄마의 레퍼토리이다.




나는 엄마의 ‘못 한다’, ‘다 잊어버렸다’ 하는 말이 참 싫다. 그런데 어쩌랴, 내가 나이를 그만큼 먹지 않았으니 엄마의 말이 핑계라고 면박을 줄 수가 없다.


심지어 우리의 엄마에겐 무적의 한 마디가 있다.

“다 너네 낳고 나서 이렇게 된 거야.”

이 말까지 나오면 나는 입을 다물고 만다. 임신과 육아를 거치면 여성의 호르몬과 신체가 바뀐다고 하는데, 나는 그제야 가해자의 도리로 엄마의 망각증상을 위로해 준다.



그런데, 정말 부모님이 늙어서 그런 걸까?

예순을 바라보는, 이젠 진짜 늙어서 그렇다는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예전에 40대 때는 그럼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갔어?”

“그럼, 당연하지. 그땐 뭐든 할 수 있었다. 엄마 젊었을 때 진짜 열심히 살았어”

“그럼 40대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아?”

“엄만,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로”


姑 박완서 선생님은 나이에 0.7을 곱해야 요즘 사람들의 제 나이다.라고 말하셨다.

예전 사람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살기 때문에 0.7을 곱해야 정신적, 육체적으로 실제 나이가 된다고 하셨다. 불과 몇십 년 전 TV 자료화면에서 마치 40대 가장 같은 20대 총각이 의젓하게 인터뷰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엄마의 나이가 57세. 0.7을 곱하면, 39.9살이었다.

요즘 나이로 치면 엄마는 40대도 아니었다! 엄마 나이 서른아홉, 나도 30대. 우리는 동세대 사람이었다.



마음의 위안을 주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몸도 마음도 그냥 늙어서 그런 것은 없다. 

세월을 직격으로 맞는다는 신체의 비밀부터 얘기해 보자면, 사실 마라톤 동호화나 대회장을 가면 젊은 사람보다 오히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더 많다. 

스피드나 근력은 떨어질지라도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의 보완으로 나이가 들어도 최고 기량을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40-50대에 달리기를 러닝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노화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게 아니고, 움직이지 않기에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몸도 그러할진대, 마음과 뇌는 더더욱 나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람의 뇌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만 20대까지는 성장, 그 이후는 노화라고 구분되어있지는 않다.

수명이 1.5년인 생쥐의 뇌를 수명이 3년인 쥐에게 이식했을 때, 쥐가 1.5년 만에 죽었을까?

뇌는 자기의 나이를 모른다. 

미리부터 정해진 노화의 수순을 따라가다가 1.5년 뒤에 죽는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에 맞춰서 적응하며 변화하며 쥐의 노화 속도를 따라간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는 성장할 것이고 누군가는 노화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그냥 늙어서 그런 것은 없다.



엄마는 이제 30대로써 나와 함께 모든 것들을 새로 배우고 있다.

‘늙어서 그래’라는 말을 할 때마다, 엄마 우린 이제 친구잖아.라는 정다운 말로 반박한다.


젊은 딸이 아직 지나지 않은 세월을 두고 엄마에게 훈계하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다. 높은 확률로 나도 20년 뒤엔 늙어서 그래,라는 설움을 토로할 것이다. 젊을 때 철 모르고 이런 소리를 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훗날의 나도, 지금의 부모님들도 다 할 수 있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자신 밖에 없다.

그러니 자식 된 도리로 꼭 얘기해 주자. 

“언제까지 나이 들어서 못한다고 할 거야.

앞으로 50년은 더 살 텐데, 50년 동안 늙어서 아무것도 못하면 억울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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