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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Aug 01. 2017

지금 행복하지 않아도, 무죄.


 '지금 행복하지 않은 당신은 유죄'라 외치는 광고 문구를 보았다. 왜? 행복하지 않은 것이 어째서 나의 죄가 될 수 있나. 이 세상에 사계절이 있듯,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우울하기도, 불안하기도, 두렵기도 한 순간들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걸. 365일 24시간 내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욱 이상한 일일거야.


 물론 행복한 순간이 더 반짝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여름 가을 겨울을 없는 것처럼 여기기는 싫어. 엉망진창이고 부끄러운 그 모든 순간들마저 다 나의 일부이니까. 오히려 어두운 시간이 있기에 나는 다시 찾아올 밝은 나날들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이 찾아왔을 때 마음 가득히 기뻐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믿어.


 행복에 대한 강박은, 힘껏 감싸 안아주어도 모자를 우리의 초라한 모습들을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 뿐이야. 완벽하지 않은 삶, 결핍으로 아파하는 삶, 매일밤 눈을 감으며 죽음을 생각하는 삶. 이 모든 생에 대해서 그 누구도 감히 '유죄'라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는 거겠지. 그래도 누군가가 굳이 이들의 삶을 단죄하고 싶어한다면, 죄인이 되어버릴 나는 내 옆에 수많은 죄인들의 손을 꼭 잡고 있을래. 그러니까 너도 나도 다 괜찮아. 행복하지 않아도, 우습게 망가져도, 죽을 것처럼 아파해도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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