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밍 Jul 26. 2017

잠과 사랑

잠들지 못하는 나의 사랑스러운 벗들에게



 일찍 잠들고 싶은 그런 밤에는, 유독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캄캄한 방 안에 깨어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나뿐인데.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드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가, 두 눈을 꼭 감고서 뻑뻑해진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했다가,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 안에서 허우적대 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져 차가운 커피를 한입 가득 마신듯하다. 오지 않는 잠을, 오지 않는 내일을 기다리다가. 밤중의 잠은 꼭 사랑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과 잠. 이 둘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애태울수록, 되려 멀리 내 손을 떠난 곳에 가있기 일쑤이다. 도무지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잠과 사랑은 사람을 조금씩 병들게 한다. 때로는 원하지 않던 순간에 내 눈 앞에 불시착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약이라도 한 움큼 먹은 사람처럼 기운을 잃고서 푹 빠져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잠은, 또 그런 사랑은 왜 이리도 헤어 나오기가 어렵던지. 잠에 취하고 사랑에 취해 하루가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도 모른 채 떠나보낸 날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 딱 맞추어, 딱 원하는 만큼의 잠을 자기가 쉬운 적이 있었던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런 날들은 손에 꼽힐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사랑도 마찬가지이겠지. 내가 사랑하고 싶다고 아무리 목놓아 외쳐도, 사랑은 그럴수록 나를 놀리듯이 멀리 달아나 있다. 그렇게 도망가버린 사랑에 한껏 지쳐있을 때 쯔음에, 또 어느 순간 불쑥 사랑이 찾아오겠지. 조급해하지도, 뒤쳐진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해하지도 말자. 지금 이 글을 쓰는 새에 잠이 찾아왔듯이, 사랑도 모르는 사이에 내 곁에 와있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한 죽음의 문턱 너머로 한 걸음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