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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Sep 13. 2017

출근길

2017년의 가을, 서울



지하철 역을 나서며
끝없이 늘어진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다가
덜컥 숨이 막혀온다


우리들은 오늘도 내일도 십년 뒤에도
어쩌면 죽어서까지도
이 의미없고 지리한 걸음을 계속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앞으로
둥근 지구를
무한히 걷게 될거라는
비극적인 예감


그리고 그 행렬의 맨 끝에서
관성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에
잔뜩 울상을 짓고있을 내 모습


아, 차라리 말이야
지금 누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스미자

한 동안 걸음을 뗄 수가 없었던

어느 아침의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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