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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Sep 25. 2017

가족이라는 울타리

상처와 사랑의 고리 속에서


 오늘 아침의 내가 참 미웠다.

 새벽 여섯 시, 삼촌이 출근하기 전에 온 가족을 부랴부랴 깨워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붙이는 우리 할머니. 당장 회사를 가야 하면서도 어색하게 서서 박수를 치는 삼촌.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가냘픈 몸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시는 우리 할아버지. 내 스물두 살의 생일날 아침 풍경이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감흥 없이 같이 박수를 치고, 촛불을 불던 나는. "어서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다. 화목한 가족을 연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어딘가 서글프기도 했다. 나는 재빨리 불을 끄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는 이불을 덮고 누웠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소원인데, 당장이라도 떠나라면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집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눈물이 나오지. '사랑으로 상처를 덮을 수 없다'지만, 덮이지 않는 상처를 조금씩 매꿀 수는 있을 것 같다. 상처가 있다고 내가 받는 사랑이 모두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건 아니니까. 상처는 상처고, 사랑은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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