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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Jan 05. 2018

구멍과 구멍들



이따금씩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반투명의 검은 비닐을 부지런히 나르는
카세트테이프 속의 구멍들

한숨을 내쉬는 너와, 미간을 찌푸리는 너와, 과장된 흉내를 내는 너와, 네가 없는 곳에 있는 이들을 모욕하는 너와, 조롱하는 너와, 모르는 체하는 너와, 같지 않음의 등식을 오답으로 만드는 너와, 죽이기 위해서 살려내는 너와, 죽은 것을 다시 죽이는 너와, 틀 안에 가두 고야 마는 너와, 가두고 가두고 다시 가두기를 반복하는 너와,

쏟아져내리는 낱말들을 잔뜩 귀에 머금은 나와

너와 내가 그렇게
돌이킬 수 없도록 흠뻑
피곤함에 몸 담그는 날들

그런 날들에는 자주 눈꺼풀이 닫혔다
늘어진 테이프는 더 이상 비닐 감기를 그만두었다


동그라미 속에 뾰족한 가시들을 품고 있는
저기 저
카세트테이프 구멍들처럼
쉴 틈 없이 굴러왔고 굴려왔던 누군가는
둥그런 마음 안쪽에 자꾸만 가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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