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못하는 것을 좋아할 용기
의도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행위들을 한다. 일어나고, 먹고, 마시고, 씻고, 입고, 꾸미고... 아마도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사'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행위들이, 아니 어쩌면 그저 하나의 동사만으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것들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행위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행위들은 '나에게 편안한 일 혹은 불편한 일', '내가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일 혹은 서투른 일'처럼 다시 셀 수 없이 다양한 기준에 따라 나누어볼 수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간단한 분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언뜻 보기에는 아주 심플하지만 막상 자세를 고쳐 앉고 들여다보면 선뜻 분류하기에는 까다로운, 그런 인생의 사분면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잘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두 가지 기준을 커다란 축으로 삼는 사분면이다. 유능함을 X축으로, 나의 선호도를 Y축으로 삼으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대개 제 1 사분면과 제 3 사분면에 해당하는 것들, 그러니까 좋아하면서 동시에 잘하는 일(제 1 사분면)과 싫어하면서 동시에 잘하지 못하는 일(제 3 사분면)은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요, 축복이다.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몰두하게 되고, 여기에 대부분 좋은 성과가 보상처럼 뒤따라오기에 만족도는 점차 높아진다. 일종의 선순환인 것이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이 단 한 가지라도 존재한다는 것은 감히 신의 은총이라고 여길만하다.
싫어하는 일을 못하는 것 역시 인생의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그것과 관련된 일을 행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고, 따라서 그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 역시 별 상관이 없게 된다. 애초에 제 3 사분면에 속한 것들은, 정말 피치 못할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삶에서 가까이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 4 사분면에 속한 일들은 어떨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일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이 일을 행하는 것 자체가 고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가 이 일을 잘한다니까 계속 하기는 하는데, 그 행함의 과정에서 전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즐겁지 않은 일을 꾸준히, 오랜 시간 해내기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런 고됨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내가 '잘하는 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면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을 수가 있다. '이 일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잘하는 게 그나마 이거니까-' 정도의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든 꾸역꾸역 일을 해내게 된다. 제 1 사분면에 속하는,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을 때의 차선책이 바로 제 4 사분면에 속한 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속을 썩이는 일, 그리고 내가 이런 야밤에 글을 쓰게끔 만든 일이 바로 제 2 사분면에 속하는 일들이다. 좋아하는데, 정말 좋아하는데.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재능이 주어지지 않은 일. 미친 듯이 좋아하면서도 절대 잘할 수는 없는 일들. 이런 일들은 늘 우리의 애간장을 태운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재능을 탓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자존심은 아예 바닥을 뚫고 내려갈 기새로 추락한다. 나에게는 바로 '춤'이 그런 일이었다.
인생의 사분면(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