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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Aug 06. 2018

나를 울게하는 당신에게 (1)



 내 우울함의 밑바닥에는 항상 당신이 있어.

 당신의 한숨소리가 싫어. 당신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푸념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쌍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말투까지 모든 것이 싫어.
 가끔은 내가 당신을 닮을까 봐 겁이 나.

 힘들게 쌓아올린 내 마음을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찾아와 계속 부숴버리고. 누가 그랬냐는 듯이 태연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당신의 모습이 역겨워.

 나는 당신만큼 강하고 억세지 않아. 나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휘청이다가 곧 꺾여버리고 말아.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그저 이내 스쳐 지나가버릴 바람이. 나에게는 모든 것을 뿌리째로 뽑아가버리는 돌풍 같아.


 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해.


 나를 “고아원에 버려버린다”고 했던 그 오래된 문장을 매일같이 떠올려.

 그럴 때면 나는 당신의 입에서 내뱉어진 것들을 믹서기에 곱게 가는 상상을 해. 시커멓고 자잘한 가루가 되어버린 그 문장들을, 당신의 얼굴에 아낌없이 뿌려버리는 상상을 해.


 새까만 얼굴이 된 기분은 어때.


 새까만 내 마음과 비교해보니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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