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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Mar 18. 2022

You raise me up

티라미수 tiramisu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톨 사이즈 따뜻한 아메리카노 주시겠어요?"

"더 필요한 게 있으세요?"

가지런히 진열된 디저트들의 존재감은 치명적인 단내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쿠키나 머핀을 먹기는 아쉽고 샌드위치를 먹기는 애매한 오후 2시. 우물쭈물거리는 사이 점원의 기다림이 길어집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고르게 되는 아는 맛.

"티라미수 하나 주세요."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 없는 메뉴입니다. 쌉쌀한 코코아 가루가 눅진한 크림과 어우러져 커피와 함께라면 끝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의 재귀동사인 'Tirare su'(pull oneself up)의 명령형에 mi(나를)을 합성한 말로 영어의 'Pick me up' 혹은 'Cheer me up'에 해당하며 '나를 업(up)되게 하다', 즉 한국어로는 '기분좋게 하다, 행복하게 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마스터셰프의 조 바스티아니치의 발언으로 보아 '기분좋게 하다'라는 뜻이 맞다고 추측된다.
김인종, ijkim.pe.kr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993
티라미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이성과의 데이트가 까마득해진 샘은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요즘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동료 제이(롭 라이너)가 느닷없이 한마디를 던진다.
 "티라미수."
당시 제작사인  트라이스타 픽처스 사무실로 티라미수의 의미를 묻는 전화가 하루 25~30통씩 걸려왔다고 한다. 급기야 트라이스타 픽처스는 티라미수를 영화 홍보 캠페인 음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을 때, 대화의 맥락에 성적인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됐다. 이탈리아의 트레비소 지역의 한 레스토랑에서 발명된 이 음식은 성매매업소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일종의 최음제 디저트에서 출발했다. 전기가 보급되어 냉장고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까지 이 음식은 트레비소 지역에서만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 이름이 바뀌어 불리기 시작한 ‘티라미수’의 뜻은 ‘나를 끌어올려줘(lift me up)’다. 무엇을 끌어올려달라는 건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이은선,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arte)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Jay가 Sam에게 권한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름 탓에 '매춘'을 뜻하는 은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Treviso는 대규모 집창촌을 이루던 지역이었고 식당 Le beccherie에서 티라미수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셰프의 실수로 노른자 크림에 크림치즈가 떨어지게되고 그 독보적인 맛은 등장과 동시에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티라미수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을 알아야 만들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닙니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디저트 중 하나예요. 특별한 것이 있다면 그건 디저트가 아니라 이름입니다." 트레비조 시에 있는 '레 베케리에le Beccherie'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링구아노토가 한 말이다.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맛의 천재(책세상)
lebeccherie.it/


티라미수 크림을 만들 때는 'Zabaglione' (자발리오네)크림에서 시작합니다. 커스터드 크림 맛이 나는 이 크림은 칸투치니나 아마레띠 같은 바삭한 과자를 찍어먹는 달콤한 소스입니다. 흰자 머랭을 넣어 티라미수 크림을 만드는 것은 고전 방식. 대중화된 레시피에는 머랭 대신 휘핑크림을 넣어줍니다. 여기에 높은 도수의 와인이나 향이 첨가된 리큐르까지 넣어주면 어른 맛 디저트로 변신.



아마레또 디사로노 리큐르 (좌) 마르살라 와인(우)

Amaretto 아마레또는 견과류 향이 나는 리큐르입니다. 아마레또의 고소한 단맛은 음료에 들어가면 어마 무시하지만 존재감을 풍기지만 크림에 넣게 되면 부드러운 맛을 해칩니다. 대신 건과일의 풍미를 가진 Marsala 마르살라 와인을 강력 추천합니다. 바닐라 향을 대신하기에 제격입니다.



티라미수, Tiramisu




// 재료 // (750ml 기준)


노른자 1

설탕 1T

옥수수 전분 1t

Marsala 와인 1T

우유 100ml

화이트 초콜릿 20g


레이디핑거과자 (Savoiardi) 8~10개


크림치즈 250g

휘핑크림(생크림) 100g


물 125ml

인스턴트커피 1T

Marsala 와인 1T

 




노른자 1개에 마르살라 와인 1T, 옥수수 전분 1t, 설탕 1T를 넣고 섞어준 뒤 우유 100ml를 넣어줍니다.

/ 마르살라 와인이 없으시면 설탕 1t + 바닐라를 넣어주세요.



끓는 물 위에(닿지 않게) 볼을 놓고 거품기를 이용해 계속 저어줍니다.








걸쭉한 느낌이 나기 시작하면 화이트 초콜릿 20g을 넣고 녹여준 뒤 불에서 내립니다.

/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식혀줍니다.

























차가운 크림치즈 250g, 생크림 100g을 볼에 넣고 끈끈해질 때까지 휘핑해줍니다.







냉장고에서 식힌 노른자 크림을 크림치즈 혼합물에 넣고 살살 섞어줍니다.









뜨거운 물 125ml에 인스턴트커피 1T, 마르살라 와인 1T를 넣고 섞어줍니다.

















설탕이 묻지 않은 면을 커피 혼합물에 담근 뒤 빠르게 건져내 털어줍니다.

/ 오래 담그면 보관 시 비스킷에서 커피물이 흘러나옵니다.






커피를 머금은 면이 위를 향하게 놓고 차곡차곡 크림과 비스킷을 쌓아 올려줍니다.








딱딱한 비스킷이 부드러워지도록 냉장고에서 3시간 이상 숙성합니다.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는 크림에서 은은한 향이 느껴지는 아주 맛있는 티라미수였습니다.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두었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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