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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Apr 11. 2022

대구를 이렇게도 먹어?

이탈리아 베니스식 대구요리, Baccala mantecato


유리잔을 들어 올리자 투명한 얼음이 흔들거리며 반짝입니다. 해가 저물기 직전, 태양이 내뿜는 강렬한 빛은 베네치아 구석구석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잔에 담긴 스프리츠 칵테일에 채도가 더해지는 시간. 유리잔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는 빛이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눈부시게 밝힙니다. 부피가 점점 커지더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또르르 흘러내립니다. 울퉁불퉁한 돌다리 표면을 적시고는 뜨거운 열기로 이내 증발됩니다. 치케티 한 입에 스프리츠 한 모금과 올리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수다. 베네치아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의 여유입니다.

스프리츠는 1970~1980년대에 걸쳐 베네차아와 파도바, 그리고 베네토에서 상당히 대중적인 식전주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비테르 캄파리와 함께, 혹은 아페롤과 함께. 문제는  식전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베네토에 한정되어 있었다는 , 베네토를 벗어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2003 캄파리는 아페롤을 사들이면서  상품을 다시 살려보기로 결심했고,  오렌지색 식전주의 소비를 구축하기 위해 스프리츠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맛의 천재(책세상)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니 소진되는 에너지. 하루의 일상 중 가장 볼품없는 순간을 나누어도 거리낌이 없는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Aperitivo. 오후 5시가 되면 식당으로 모여드는 지친 영혼들은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스프리츠를 주문합니다. 아페롤(or 캄파리), 프로세코(or 화이트와인), 탄산수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희석주 스프리츠는 베네치아 지역의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간 치케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치케티는 타파스처럼 바삭한 빵 위에 베네치아 해산물을 잔뜩 올린 식전 간식입니다. 왼쪽 아래 바칼라만테카토(Baccalà mantecato)는 마치 구면인듯 낯이 익습니다. 빵 위에 올라간 참치마요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 대구로 만든 스프레드입니다. 빵이나 구운 폴렌타 위에 얹어 전식으로 가볍게 즐기는 메뉴입니다.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는 유럽의 라틴 지역에서 모두 흔히 먹는 식재료다. 대구는 이탈리아어로는 ‘바칼라bacala’, 포르투갈어로는 ‘바칼라우bacalau’, 스페인어로는 ‘바칼라오bacalao’ 부르는 이름이 거의 비슷하다. 본래는 생물 대구를 뜻하는 말이지만, 근래에는 염장대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송원섭, 양식의 양식(중앙books)
(좌)염장건조 baccala (우)해풍건조 stoccafisso

이탈리아에서 말린 대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소금에 절여 말린 바칼라(baccalà)와 소금기 없이 자연바람에 건조한 스토카피소(stoccafisso). 하지만 베니스 지역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바칼라로 통칭합니다. stoccafisso mantecato가 아니라 baccalà mantecato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말린대구도 건어물 특성상 쿰쿰한 향이 납니다. 그 향이 부드러운 식감과 어울리는 편은 아니라 저는 생대구살을 사용했습니다. 은은한 채소 향이 신선한 대구살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습니다.



바칼라 만테카토 Baccalà mantecato



// 재료 //


대구살 (생대구 or 냉동대구) 350g

물 200ml

우유 100ml

월계수 잎 3장

마늘 1쪽

샐러리 한 줄기 (50g)

*대구 끓이고 남은 물 3T 남겨두기


올리브유 50g

소금 취향껏

설탕 1/2T

후추 1/4t



우유가 끓어올라도 넘치지 않을 만큼 깊이감이 있는 냄비를 준비합니다. 냄비에 대구살과 물 200ml, 우유 100ml, 월계수 잎 3장, 마늘 1쪽, 샐러리 한 줄기(50g)를 넣어줍니다. 중약불에서 20분간 뭉근하게 끓여 대구살을 익혀줍니다.

*대구살을 건져내고 남은 물은 3스푼 정도 남겨둡니다.



대구살을 건져내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저속으로 돌립니다.

/ 믹서기나 핸드믹서도 좋습니다.





 


기계를 계속 돌리면서 올리브유 50g과 대구를 끓인 물 3스푼을 천천히 넣어줍니다.

/ 질감이 마요네즈처럼 부드럽고 가벼워지는 것을 확인합니다.





크림에 공기가 충분히 들어가 부드러워지면 소금 간, 후추 1/4t, 설탕 1/2T을 넣고 마무리합니다.

마요네즈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부드러운 대구 스프레드, 바칼라 만테카토였습니다.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두었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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