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며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수많은 대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비대면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대면이 필요한 사업들, 특히 여행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2020년에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문득 세상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다들 앞만 보고 사는 것 같네요. 욕심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챙기고 주변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바쁘게 돌아가며 계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세상이었다. 너도나도 바쁘게 움직였다. 눈앞에 일들을 처리하며 성과를 이루어내고 바쁜 시간 쪼개 해외여행을 갔다. 여행 가서도 그 짧은 시간에 여유가 아닌 최대한 누릴 것들을 찾았다. 여러 모임에 참석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안면을 익히고 서로가 필요할 때 유용하게 서로를 사용했다. 모든 일이 각자의 기준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세상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생기고 이러한 것들이 'Stop' 되었다. 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워졌고 밤늦게까지 만날 수 없어졌다. 해외여행 가기도 어려워졌다.
그래도 좋은 변화가 많았다.
다수의 사람과 만날 시간에 소수의 사람과 만나면서 서로 좀 더 깊이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외출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가족 그리고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늘어났다.
대면 만남을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행 좀 덜하고 사람 좀 덜 만나도 살아갈 방법들을 각자가 만들어가고 있다.
밤 9~10시까지만 놀아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각자가 느끼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번잡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그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바쁘게 살면서 왜 힘든지도 모르는 답답함이 존재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외부활동 제약이라는 답답함을 얻었지만, 오히려 한 발 짝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타인보단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불안정했던 마음들이 조금은 안정된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 누릴 수 있었던 왁자지껄한 모임과 해외여행 안 해도 살아진다는 것도 알았다. 해외여행은 왜 사는지 모르겠던 나에게 돌파구 같은 것이었는데, 이젠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이런 것들이 나에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Stop 신호에 맞춰 Break Time을 가지는 기분이랄까. 마치 '조정'당하는 기분. 너무 지나치게 앞만 보며 달리는 데 익숙해졌으니 잠시 물러나 쉬면서 진짜 돌봐야 할 것들을 돌보라고.
아직 조정이 덜 되었어요. 조금 더 내려놓아야 해요.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집중하세요.
수많은 사람, 그리고 각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잡히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어느덧 2년을 꽉 채우고 있다. 망상 속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동안 누리던 것이 당신의 것이 아니었다고. 그런 것들 누린다고 숨 가쁘게 살지 말고 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며 천천히 움직이라고. 당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애초부터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