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쓴 '잘 쓴 글'을 볼 때, 나도 이렇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보여지는 글'을 써야 할 때는 항상 이런 마음이 든다.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보고서, 계획서, 공지문 등)을 쓸 때도 그렇고, 요즘은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회사에서 쓰는 글은 항상 만족스럽지 않다. 시간에 쫓겨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고민과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는 서술형으로 쓰는 걸 선호하지만 회사 문서는 주로 개조식으로 간략하게 써야 한다. 또한 회사에서 쓰는 글 대부분이 '나'보다는 '타인'에 초점이 있다. 타인을 이해시킬 수 있고 설득시켜야 하는 글. 그나마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라며 설득시키는 글(건의사항 등)이면 조금 낫겠지만 '회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쓰는 글이 많다 보니 쓰는 재미가 없다. 처음엔 어려웠던 계획서와 보고서는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긴 했지만 그야말로 기술이 늘어난 느낌이다. 신입 때는 풋풋하게 쓰더라도 쓰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쓰는 재미도 없고 영혼 없이 쓸 때가 많다.
나의 브런치는 '나만의 공간'이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내 공간의 글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심지어 검색으로도 내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회사에서 쓰는 글보다는 훨씬 자유도가 높긴 한데,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들거나, 좀 더 남들에게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잘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쓰게 되거나 아예 글이 써지지 않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좀 더 도움이 될만한'이라는 생각이 들면 내 글이 '타인의 입장에서 잘 이해가 될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럴 때는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어지곤 했다.
이처럼 글을 쓸 때 초점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있다는 걸 발견하면 글쓰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재미가 없어지고 억지로 쓰게 되며 써낸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그런 글들은 작가의 서랍에 저장되고 발행되지 못한 채 버려지곤 했다.
작가의 서랍에 남지 않고 발행되어 나의 브런치에 남겨진 글들의 초점은 '나'였다. 그래서 쓸 때 재미가 있었고 완성할 수 있었다. '나'를 초점으로 한 글을 쓰면서 흩어진 생각들을 정리하며 뇌 피로를 해소하고,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힘든 마음을 다잡고, 자유로움을 느끼고, 써낸 글이 마음에 들면 성장을 느끼기도 한다. '이거면 충분'한데 가끔 그 이상을 바라면 글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스트레스받아 글쓰기가 힘들어지고 '글 쓰기 싫다.'라는 느낌까지 든다.
이런 마음이 들 때는 마음을 한 번씩 다잡아줘야 한다.
'내가 남에게 보여지는 글을 쓰고 싶어 했구나.'
'그래서 글 쓰는데 자유롭지 않게 느껴졌구나.'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로 다가왔구나.'
'스트레스로 다가오니 글을 쓰기 싫어졌구나.'
타인이 쓴 '잘 쓴 글'에 내 글을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여긴 회사가 아니니 '보여지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준다. 이렇게 다시 '나'를 초점으로 두고 글을 쓴다.
나는 글쓰기 초보다. 누군가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글은 아직 쓸 때가 아니다. 아직은 '남'보단 '나'를 위해 써야 할 때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재미있게, 다양하게 쓰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시작한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지금은 나만 알아보게, 미숙하게 쓰더라도 그 서툰 글을 '보는 사람'이 도움이 되던, 시간 낭비를 하던 그건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야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쓰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나를 위해 쓴 글'에 덧붙여 '조금 더 남을 위해'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풋풋하게 회사 문서 썼던 시절이 지나 지금은 나름 노련하게 쓰는 것처럼, 그러나 회사문서 처럼 재미없고 영혼 없이 쓰는 게 아니라, 그때도 여전히 중심은 '나'인 글을 재미있게 쓰며 지금보다 누군가에겐조금 더 도움이 되며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날. 이런 날이 오길 바라며 지금은 미숙하고 서툰 글을 조금씩 계속적으로 쓰며 발전시켜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