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블로그 제목에 들어가서 포스팅을 보고 있으면 라면만큼은 쉽지 않은 과정에 '낚였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파스타 소스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면 간단한 요리라는 건 인정하지만 라면을 끓이는 것보단 쉽진 않다.
개인 취향의 부수적인 절차 생략하고 아주 간단하게 파스타를 만든다면
1. 스파게티면을 취향에 따라 7~10분 정도 삶는다.
2. 삶아진 면을 채반을 이용해 물을 빼주고
3. 팬에 시중 소스와 삶아진 면을 비비듯이 잠깐 볶아주면!
먹을 수 있는 파스타 상태가 된다. 여기까진 비빔라면이랑 절차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할까? 쉽다. 근데 이렇게 주관 싹 뺀 레시피를 포스팅 하면 사람들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아무도 안올린다. 진짜 간단한 레시피 찾는 건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블로그 레시피가 복잡해지는 건 그럴듯한 포스팅을 해야하는 것에 영향이 있을지도. 공들이고 예뻐지는 요리는 맛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간단한'건 아니니까.
어쨌든 나도 요리에 주관을 자주 넣다보니 위 방법에 내 부수적인 절차를 포함하면
1. 양파와 내가 좋아하는 츄팸을 잘게 썰어놓고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살짝 볶다가 잘게 썬 양파, 츄팸을 볶고
3. 아라비아따 소스를 넣어 잠시 볶듯이 끓여주고
4. 준비된 면을 함께 졸이듯 볶다가 남겨둔 면수를 넣어 한 번 더 볶아 완성
이렇게까지 하면 그나마 내 입에 맞는 츄팸양파아라비아따파스타가 되긴 하는데.. 물 끓으면 면, 수프 넣고 기다리면 되는 라면보다는 확실히 손이 많이 간다. 내가 파스타 한번 하면 팬 하나에 면 삶고 그 팬 헹궈서 소스 볶아 면을 투하해서 완성한다 해도 나오는 설거지만 팬 1, 도마 1, 칼 1, 면수 담은 그릇 1, 완성될 파스타 담을 접시 1, 포크 1... 먹고 난 후 주방은 아름답지 않다. 라면은 냄비와 젓가락 정도면 끝나는데..
나는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파스타를 먹고 감동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취향이 아닌듯하다. 한식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자극적인'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그런지 파스타의 진정한 매력을 모르는 것 같다. 면요리로 구분하자면 파스타보단 미원 맛이 시원~~하게 나는 시장에서 파는 멸치국수가 더 좋다. 그래서 파스타에 츄팸과 아라비아따 소스를 넣는 것이 그나마 입에 맞는 것이겠다. 이러한 사실을 몇 년 전부터 깨닫고 맵고 짠 음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참 어렵다.
지인들을 만나 함께 식사할 메뉴를 정할 때 '파스타'로 메뉴가 정해지면 늘 속으로 '다른 메뉴는 없나?'라고 생각했다. 함께 간 파스타집에서도 메뉴판을 보며 파스타가 아닌 다른 메뉴를 찾는 일이 많다. 가장 흔한 스파게티면을 별로 안 좋아하나? 싶어 다른 종류의 면의 파스타를 먹어봐도 그냥 그렇다. 되려 푸실리나 펜네를 먹고 있으면 스파게티면이 그립다. 토마토소스를 주로 먹지만 가끔씩 크림, 오일, 로제 파스타도 먹긴 하는데 먹을 땐 '맛있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음에 또 찾아 먹지 않는다. 역시.. 그냥 취향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집에 스파게티면과 아라비아따 소스는 떨어지지 않게 둔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 '뭐 먹나.'고민하다 파스타 소스가 보이면 츄팸과 양파를 찾아 대~충 해 먹는다. 만들어 먹으면서 어김없이 생각한다. '라면 땡긴다.' 기껏 파스타를 해 먹으면서 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ㅋㅋ)
그래도 흔하게 먹는 라면이 지겨울 때 한 번씩 해 먹긴 좋은 음식이다. 가끔씩 해 먹기 좋다. 라면보다 살짝 번거롭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건 사실이고 설거지가 좀 나온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정돈 아니니까. 파스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스를 직접 만들던 이런저런 토핑 재료 준비해서 오일 파스타를 하던 그야말로 '요리'를 하겠지만 식당에서 2~3만 원짜리 파스타를 먹어도 별 감흥이 없는 나에게 그러한 과정의 요리는 아마 즐겁지 않을 것 같다. 돼지등뼈 사서 핏물 빼고 온갖 채소 손질하고 여러 양념 넣어 끓여야 하는 감자탕은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다.(물론 요리하는데 하루 종일 걸리고 해 먹고 나면 지치지만..ㅋㅋ)
이런 거 보면 요리를 하는 건 내가 먹을 때 즐거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대접하는 요리의 즐거움은 특별한 일이니까 별도! 이왕 시간 내서 요리를 한다면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당신은 어떤 음식을 요리할 때 행복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즐거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