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순서가 잘못되어 재발행한 글입니다.
이제 내가 원하는 일이 어느정도 정리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직업 발전으로 이루어나갈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평소 하는 활동과 기억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것을 정리해봤다. 심리학 공부, 요가와 명상, 물놀이, 글쓰기 활동을 할 때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즐겨하는 활동을 직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 분야에대해 알아보고 직업인을 만나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1. 심리상담사
20년 넘게 우울증을 겪었다. 많은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우울증의 본질은 '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을 거부했었다. 이상태로 살다 보니 우울증은 계속 심해졌다.
12년 전 유아교육과에서 심리학을 접했을 때 흥미로웠지만 돈 안 되는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마음관리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현실은 마음관리에 시간을 쏟을 여유 따윈 없었다. 앞만 보며 달려야 했고 돈이 되는 것 위주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은 계속해서 버려졌다.
약 2년 전 우연한 기회로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아들러 심리학에 빠져 정답을 찾은 것처럼 몰두했다. 그렇게 2년 동안 약 20권의 심리학 책을 읽으며 예전과 달라진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심리학을 통해 사람의 보이지 않는 내면을 알아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면서 비로소 영원할 것만 같던 우울증이 예전과는 다르게 끝나가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이 분야에서 내 직업을 찾으면 어떨지 오랜 시간 틈틈이 고민했던 것 같다.
만약 심리상담사가 된다면 일반적인 건강한 상담사, 그리고 정신과 의사와는 다르게 내가 겪은 기나긴 우울증을 통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우울증을 오랜 기간 직접 체험했던 경험. 나 또한 환자로서 다른 환자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심리상담을 하기 위해선 대학부터 시작해서 대학원, 그리고 수련과정까지 약 10년을 수련해야 했다. 나이는 크게 상관없었지만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현실을 고려하니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2. 요가와 명상
요가와 명상은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요가는 문화센터를 주 1회 1년 정도 다니며 배웠고 그 후로는 집에서 주로 혼자 했다. 가끔 요가원에 다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정통 요가를 하는 요가원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다이어트 등을 위해 진짜 '운동'을 바라는 사람을 위한 변형 요가가 많았다. 예를 들면 필라테스와 접목한다던지.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대중교통까지 이용해 요가원을 다니고 싶진 않았다. 그 정도로 요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집에서 할 때도 어찌어찌 억지로 매트를 펴고 요가를 꾸준히 하긴 하는데 그 '어찌어찌 억지로'는 항상 고달팠다. 하고 나면 뿌듯하고 개운하면서 해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시작은 항상 괴로웠으니 결국 '필요'에 의해서 요가를 하는 것이었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하루 10분을 나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크게 어렵지 않고 하고 나면 좋을 때가 많아 바쁜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돌아보니 이 역시도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휴식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고 나에게 요가와 명상은 그러한 휴식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막상 제대로 해보면 내가 원하는 직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요가강사분들의 이야기를 찾아봤다. 수련비용과 기간은 감당할 수 있었다. 취업과 창업에 대한 정보도 둘러봤다. 좀 더 궁금해서 요가강사를 만나보기로 했다. 소모임을 통해 집 근처에서 요가 모임을 찾아서 신청했다. 50분 수련을 받았다. 그런데 그날 만난 강사님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진정성이 안 느껴졌달까.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아마도 내가 '요가'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마음수련이 잘 되어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썩 요가와 명상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 그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니 이 직업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특히 요가강사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느낌이 들었다.
3. 서핑
직장에 서핑을 좋아하는 직원이 있었고 서핑 얘기를 하며 행복한 눈빛을 선사하는 걸 보고 '한 번쯤'체험해보고 싶었다. 수영은 못하지만 물놀이를 할 때면 생각이 없어지고 신나고 행복했다. 물을 무서워해서 물속에 못 들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주기적으로 워터파크에 놀러 가고 제주에 갈 때면 겨울에도 패들보드 타는 것을 즐겼다. 패들보드를 처음 접할 때 보드에 일어서는 것도 어렵고 너무 힘들었는데 여러 번 타보니 일어서서 패들링을 자유자재로 하는 나를 보면서 서핑을 해도 나의 다리가 잘 버텨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서핑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서핑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서핑체험을 신청했다. 바다를 워낙 좋아해서 바다 근처에서 사는 것도 꿈이라면 꿈이니 만약 내가 좋아한다면 몇 년을 배워서 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핑 체험 시작. 서핑 교육을 듣는데 재미있었고 강사분의 서핑 사랑이 느껴졌다. 실습 시작. 같은 수련생 중 내가 가장 못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없긴 했다. 패들보드를 처음 할 때처럼 처음엔 다 어려운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적으로 시도했지만 체력이 안 받쳐주고 도저히 보드에 일어나질 못했다. 그날은 초보가 타기 어려운 파도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에 금방 지쳐버렸다. 덕분에 모래 위에서 바다는 실컷 봤다. 3시간 정도 쉬면서 타보고 쉬면서 타보고를 반복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강사분이 내어주시는 맥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수강생이 강사분께 직업만족도를 물었다.(앗 내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강사분은 예전에 직장 생활하며 주말마다 서핑을 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투머치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행복한 투머치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듣는 나도 행복해졌다. 역시, 돈보다 중요한 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좋아하는 업을 찾은 강사님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서핑체험 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또 서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으니 혹시나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없는 것이었다. 체력이 약한 나는 다른 물놀이를 즐기며 가끔 스트레스 해소나 해야겠다. 서퍼분들! 존경해요~!!(저는 못하겠어요~!!)
4. 작가
전업작가의 삶은 어떤 것인가? 평소 독서를 가까이하기도 하고 브런치에서도 다양한 글을 읽는 편이니 작가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좀 더 알고 싶어 선택한 방법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을 읽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소설가,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은 보는 자체로 멋지게 다가왔다. 무리카미 하루키도 처음엔 본업을 하면서 소설을 써서 어딘가에 당선되어 소설가로서 자리 잡을 시점에 본업을 관둔 것이었으니 나도 꾸준히 쓴다면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내가 과연 원하는가?라는 생각을 깊이 해봤을 때,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책 속의 작가가 소설이라는 대작을 한 번 쓸 때마다 너무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달까. 과연 내가 이런 삶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이 너무 불확실했다. 작가로서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직장생활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 고려로 전업작가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나 또한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지만 그 자체에 욕심을 가지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만큼은 수익구조가 되지 않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만의 행위로 남겨두고 싶었달까.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이 된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억지로 노력해가며 책을 내고, 수익화하고 싶지 않았다. 글쓰기만큼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하고 싶은 활동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널리 알린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었다.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일.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지는 조금도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기에 언젠가는 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기로 했다.
5. 식당 창업
손님을 위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는 것. 매력적인 일이었다. 의식주는 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에 '요식업'이라는 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요리를 못하지만 서핑을 못하는 것처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기술은 훈련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식당 운영 또한 몇 년간 알바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래전 서빙 알바를 하다가 나름 잘했는지 사장님이 시켜주신 매니저스러운 일을 잠깐 해볼 수 있었다. 실제로 매니저 제의도 들어왔었다. 나름 재미있었지만 취업을 위해 그만두었다. 그 뒤로 가끔 식당일을 하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식당을 하기 위해 알바를 하던 요리를 배우던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관둬야 했다. 이 일은 시작부터 직장과 개인생활을 버려야 한다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가끔 요리하는 것을 즐기긴 하는데 이 또한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일'은 매력적일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시간과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요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다는 점에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식당은 직업으로서의 창업으로 잠시 생각해본 후보정도 였나 보다.
이런 여러 고민 끝에 찾아내어 시도하고 싶은 직업은 '라이프코치'였다.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다음 글에서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