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코치 Jan 22. 2022

4. 어떤 일을 원하는가?

본인이 하고 있는 직무에 비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원래 커리어 경쟁력이 별로 없는 직무를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그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다. 애초에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본인의 성향과 잘 맞아 해당 직무를 선택한 것이거나 그 직무를 본의 아니게 시작하였는데 굳이 초반에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유는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과 불만사이> 전준하 저


"네.. 맞아요..."


<불안과 불만사이> 저자 전준하코치님이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멋지게 정리해주셨다. 본의 아니게 시작한 지금의 직무, 먹고살기 위해서 단순하게 선택한 직무가 나에게 잘 맞을 확률이 높았을 리 없는데, 직업을 선택하는데 너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초반에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유는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라는 말도 맞았다. 상황상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이 그 당시에는 이 일이었을 것이다. 우울증이 심했고, 좋아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질 때였다. 그때의 무기력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는 자체를 버거워했다. 그 당시엔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은 내가 죽지 않고 일단 사는 것만을 바랐다. 하루하루의 목표가 '숨을 쉬고 일단 사는 것'이었달까. 그래서 선택한 지금의 일을 지금까지 살아서 하고 있다는 것에 어찌 보면 감사하다. 덕분에 뭐라도 하며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남은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금의 회복기를 맞이하고 있으니까.



잘 맞지 않는 지금의 일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원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을 정리해보면



1. 일 보다는 사람 중심

사람이 돈이나 서비스에 뒷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 자체보다 돈이 우선되는 상황에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나의 감각과 마음이 직접적으로 사람을 향하는 일을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심리상담사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상담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일을 한다. 요가강사는 수련생의 몸과 마음 수련을 돕는다. 이러한 직업은 점진적으로 사람(고객)의 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이러한 자극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이 부분의 충족이 어려웠다.



2. 일에 진심이길 바라는 점

지금 하는 일은 진심이 아닌 억지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사실 회계일을 하며 어디에 진심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돈 벌라고 시작했을 땐 나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열심히라도 했었는데 '인생이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점점 더 흥미가 사라졌다. 진심으로 일하지 않으니 하루하루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시작부터 진심이 아니었으니, 이번만큼은 내가 진심으로 원해서 시작하고 싶다.



3.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싶은 점

마찬가지로 회계업무에 기쁨과 보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월, 분기, 연도 결산을 하며 일을 마무리할 때 잠깐은 성취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일은 매우 정형화된 루틴 업무다. 내가 결산을 통해 보기 좋게 일을 정리하면 기쁘게 생각해주는 상대가 한 번도 없었다. 수입과 지출을 정리한다는 건 기업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그 외 변동성 업무에서도 사실상 마찬가지였다. 나도 별로 기쁘지 않고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기쁘지 않다면 대체 어디서 보람을 찾아야 할까?

힘들면 포기하고 싶은 일이 아닌, 힘들어하면서도 역경을 견뎌내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 역경을 견디는 것에 필요한 것이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기쁨과 보람이 나를 지탱해주어 계속하고 싶은 일. 그런 일을 이번에야 말로 찾고 싶다.



4. 지나치게 시간에 쫓기지 않는 일

조급하게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것에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 지 4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공황장애가 흔한 질병이 된 대에는 다 이유가 있겠다.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것에 진심까지 담으려 하니 잦은 번아웃을 겪었다. 이런 빨리빨리 환경에 익숙해져서 개인생활에서도 조급하게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곤 하는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비즈니스에선 시간이 곧 돈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 이 어쩔 수 없는 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직무의 직장인이 이 부분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이 여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사치이다. 그래서 찾은 해결방법은 직장을 떠나는 것뿐이었다.



5. 먹고살 수 있는 수익구조

지금의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현재 연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의 일을 억지 사랑했던 것은 다른 일을 시작할 경우 지금의 수입이 깨진다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지금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나에게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연봉을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러한 수입 리셋이 두려워 직장인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다. 억지 사랑을 내려놓으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순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연봉보다 한참 낮아지는 건 괜찮아도 기초생활은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노력하에 점점 수익이 오를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6. 성장 가능성

직업적 성장뿐만 아니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아주 중요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노력해도 죽어가는 산업에 뛰어든다면 결국 내가 원하지 않아도 실패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7. 현실적인 부분

30대 중반의 나이에 쌩초보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이미 직장인도 31살에 시작해서 나이라는 현실의 벽에 지칠 만큼 지친 상태인데, 또 어딘가에서 주니어가 된다는 사실이 좌절스럽다. 이번에는 나이가 크게 상관없는 직업을 찾고 싶다. 대체로 작가나 심리상담사처럼 나이와 경험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보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자, 이제 직업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비교적 명확해졌다. 지금 일에서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보람 없고 진심으로 일할 수도 없으니 근로계약의 의무를 충실하며 수익원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일을 찾으면 되겠다. 다행히 지금 일은 영혼이 크게 필요 없다 보니 성장을 포기하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이다.


내가 바라는 일, '사람중심이면서 진심으로 일하고 싶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나를 잃을 듯이 바쁘지 않고 먹고 살만치 벌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일이 과연 있을까.???


뭐.. 꼭 7가지 원하는 걸 다 충족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 찾아보고 조건에 안 맞으면 그 부분을 포기가 가능한지 다른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되겠다.

적고 보니 매우 이상적인 일을 찾고 있긴 하지만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리했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



자, 이제 움직여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3.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