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코치 Jan 19. 2022

3.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일하는 과정도 힘들고 결과도 달콤하지 않다면 다른 일을 찾아라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점을 힘들어하는지부터 알아야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직업을 왜 사랑하지 않는지부터 점검해보자.


1. 날이 갈수록 수동적으로 변하는 나

한 때는 조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일했지만 그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것도 아닌 걸 주인의식 가지고 일하는 행동은 나를 지치게 하는 동시에 주변 동료들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느꼈다. 그 결과는 번아웃과 이직으로 이어졌다. 주인의식을 버리고 80%의 시키는 일과 20%의 나름 주도적인 일을 했더니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일이 재미없었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에 일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현실에 안주하여 기계처럼 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 사람 중심보다 업무 중심

지금 하는 경영지원 업무는 회계와 총무를 주로 한다. 총무가 하는 사무실 관리는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에 있어 사람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총무 대다수에는 기업 행정에 관련된 일이 더 많다. 회계는 철저하게 일 중심이다. 물론 자금은 사람에게 아주 중요하고 이 또한 사람 중심이라고 우긴다면 사람 중심이겠지만 회계담당자 입장에서 주로 바라보는 것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보다 숫자를 더 많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이 일을 통해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관리를 하니 사람들을 위한 일이야.'라고 수도 없이 다잡으며 버티고 버텼지만 그러한 마음가짐에 드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아 내가 버텨내질 못했다.


3. 그려지지 않는 미래

1년 뒤, 3년 뒤, 10년 뒤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애초에 커리어 관리를 안 한 나의 탓도 있다. 그리고 루틴 한 업무 특성상 시스템이 발전하며 업무가 점점 쉬워지는 느낌이다. 정말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해서 10년 뒤 내가 어느 기업에 CFO가 된다고 상상한다면? 수도 없이 상상했지만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또한 10년이나 이 일을 영혼 없이 버틴다는 자체가 끔찍했고 그 기간 동안 잃어갈 나를 상상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 했다. 그밖에 회계담당자의 다른 미래를 상상하려 해도 그리기 힘들었고 겨우 그려내도 행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4. 일을 하며 기쁨과 보람이 느껴지지 않고 일에 진심이지도 않은 점

이 부분은 주변에 동종업계 사람들을 보며 느꼈다. 물론 한 두 명 정도 일에 진심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근데 그 사람의 삶에 잦은 음주와 수면부족을 당연시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했다.(실제로 정말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선배들이 수동적이고 험담을 일삼으며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영혼 없이 재미없게 버텨내고 있었다. 나는 선배들의 모습이 싫어 어떻게든 내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3년 만에 착각인 걸 깨닫고 빠져나왔다. 아마 선배들도 나처럼 일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끝내 나처럼 포기하지 않았을까.


5. 내 일의 결과물에 기뻐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직업이 과정에 있어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결과물은 성공, 실패 등으로 나뉠 수 있겠다. 마케터는 매출 상승으로, 개발자는 앱 출시 등, 프로젝트를 끝내고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것은 직장인에게 많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성공, 실패의 경험이 거의 없다. 물론 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쓰고 선정된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연구원들과 협업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이는 현재 하는 서포트와는 반대 성향의 일이다. 사업기획과 서포트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나에겐 너무 벅찼다. 계속 본업이 뒷전이 되고 귀찮아졌다. 잠시 main 업무에 뛰어들었다 해도 결국은 서포트가 본업이기에 나중엔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이다.

본업에 충실할 때를 가정할 때 나의 일은 '관리'중점이기 때문에 Main들이 이뤄낸 실적(매출, 제품 출시 등)을 정리하는 일은 의미 있지만 너무 당연한 걸 정리하는 것뿐이다 보니 보고 상대가 나의 결과물을 보고 기뻐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 조차도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내가 한 일에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느낄 거야, 내가 하는 일은 의미가 있어.'라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에 너무 지쳤고 동기부여를 내려놓았을 땐 일의 의미를 계속 잃어갔다.



더 적고 싶지만 여기까지만 적는 게 나에게 좋을 것 같다. 이 일에 직업만족도가 높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 이 일이 천직이기 때문에 워라인(Work And Life Integration)의 삶을 사는 것이겠다. 그리고 영혼을 버리고 일한다면 워라밸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정형적이고 루틴한 업무이다. 현재의 나는 후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이 일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일하는 과정도, 결과도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관리업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일을 사랑할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대체 뭘까. 나는 어떤 일을 하면 과정 또는 결과에서 달콤하다고 느낄까. 



매거진의 이전글 2. 내가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나부터 알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