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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코치 Mar 05. 2024

타인의 호의를 받지 못하는 사람, 매처 성향

나무코치의 기브앤테이크 원칙

저는 오래도록 매처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남아 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받은 만큼 반드시 돌려주곤 했죠.

예를 들면 생일 선물을 받거나, 

만났을 때 밥을 얻어먹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심지어 상대방이 나를 무례하게 대하는 것 조차도....(ㅋㅋ)

기억했다가 반드시 돌려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생일 선물로 기프티콘을 보내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불편해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의 부채감이 느끼곤 했어요.


안 줘도 돼! 보내지 마! 철저한 매처인 당신, 뭔가 받으면 돌려줘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한가요?



제가 이렇게 철저한 매처(matcher)였던 이유를 돌아보니

내가 무언가를 대가 없이 나눌 때 어느 순간 호구가 되는 느낌이 너무 싫었고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무언가 줄 때 대가를 바라기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두 가지 때문에

편하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편하고 도와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매처로 사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저는 누군가 저에게 도움이나 나눔을 할 때 감사의 마음으로 기꺼이 받고

내가 도움을 주고, 나눌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 에너지가 허락하는 선에서 도와주고 나누고 있어요.

호구기버로 살다가 철저한 매처가 되었다가, 다시 기버가 되어가고 있는 거죠.

매처시절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신념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1. 내가 이 정도 해줬으면 너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사회생활이나 모임 같은 곳에서 관계를 하다 보면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죠.


내가 이 정도 해줬으면, 너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생각보다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이런 말을 들으면 '그런가?'싶기도 해요.

저는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던 건지, 뭔가를 받고 나면 뭔가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대가 없이 받는 것이 불편해졌고 마음의 부채감을 키워만 갔어요.

생일 선물조차 편히 받기 어려웠죠.

'이 사람이 나에게 뭘 바라고 주는 거지? 나도 생일 선물을 챙겨달라는 건가?' 선물을 감사히 받지 못하고 뾰족하게 생각하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친해지는 과정의 하나였을 텐데, 매처의 성향이 강화되었을 땐 뭔가 받는 게 극도로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남들이 뭔가를 준다 하면 거절하기도 하고, 도와준다 해도 거절하고 혼자서 끙끙 힘들게 일했던 적도 많아요.

그리고 이런 매처 성향 때문인지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고는 '내가 이 정도 했으면 상대방도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도 있어요.


타인의 호의를 흔쾌히 받으세요! 받은 만큼 또 다른 타인에게 나눌 수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내가 이 정도 했으면 너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요.

대가를 바라고 도와주거나 나눠주는 건 나누는 게 아니라 '거래'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제가 먼저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는데 먼저 나서서 도와줘놓고는 대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거래를 할 거면 계약서부터 작성하던지, "내가 이거 도와주면 너도 이거 해줘."라고 처음부터 거래의 조건을 달고 거래를 하면 되는데, 필요도 없는 데 도와주고는 뭔가를 해달라는 것 자체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2. 호구 기버가 되지 않기


사람은 누구나 돕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매처 시절에 저는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다가 어느 순간 지쳐버리면 기분이 나빠졌고 내가 호구가 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쳐서 몸을 사리다 보니 어느 순간 타인을 돕는 순간을 저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부탁하는 것을 선뜻해줬을 땐 분명 누군가를 도와주면 기분 좋다는 걸 알거나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예요. 당신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도 누군가를 돕는 걸 좋아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뜻 누군가를 돕기 어려워졌다면

테이커들에게 너무 많이 빼앗겨 호구가 되었거나

지나치게 도움을 많이 줘서 나를 지키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에요.

테이커에게 호구가 된 느낌이 들 때, 그 테이커와는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돼요.

여러 번 도와줬는데 싸한 느낌이 들거나, 

고맙다는 인사가 없거나, 

못 도와준다고 거절할 때 서운한 티를 내는 사람은 테이커일 확률이 높아요.

이런 사람과는 관계를 유지해 봤자 당신만 손해에요.

그런데, 여러 사람들을 돕다가 나를 지키지 못했다면, 이 부분은 당신이 달라져야 해요.

나의 한계를 알고, 내가 도와줬을 때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만큼만 도와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상대방은 받기만 하네?'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테이커는 거리 두고, 누군가를 도울 땐 나를 지키는 것이 호구 기버가 되지 않는 방법이에요.







저의 호구 기버&매처 시절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이 글의 제목은 '타인의 호의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결국 타인의 호의를 기꺼이 받지 못하는 이유는 살아오며 당신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1. 상대방이 나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어 (도와)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나, 
2.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생긴다고 여기거나




라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마음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로 이어지기 어렵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도움받을 때는, 내가 불편하지 않을 선에서 

상대가 대가 없이 나누는 도움을 기꺼이 받는 것, 거절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물론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지나치게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오지랖이니 거절해도 괜찮아요.)



저는 당신이 다시 기버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기버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당신 스스로를 지키며, 기분 좋게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살아오며 수도 없이 호구가 되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거래도 해보면서 정해진

저의 나눔(give)과 받기(take) 원칙을 전해드려볼게요.





나무코치 나눔(give) 원칙



1. 처음 돕는 사람은 일단 도와준다. 

그 후 상대의 반응과 (타인이 아닌) 도와준 나의 기분을 살핀다. 상대가 무례하거나, 도와주고 나서 '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다음번엔 거절한다. (거절했을 때 반응을 보면 다음에는 도와줄지, 아닐지 알 수 있다.)


2. 나의 시간, 에너지,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 도와준다. 

내 시간,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기분 나쁠 땐 돕지 않는다. 남들 돕는 것보다, 나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또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도울 수 없는 상황에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나와 인연이 아닐 수도 있다. 서로 나누는 관계로 연결되려면 타이밍도 맞아야 한다.)


3.도와주거나 밥을 사거나 선물을 줄 땐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다음번에 답례를 바라는 건 사주는 게 아니라 거래다. 밥을 사거나 선물할 땐 순수하게 선한 마음으로 전한다. 


4. 테이커(호의를 받고도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라고 알아차린 후에는 도와주지 않는다.



나무코치 받기(take) 원칙


1.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거나 선물을 줄 땐 진심으로 고맙게 받는다. 

내가 받은 호의만큼 나도 후배,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추후에 답례를 바라는 사람은 답례 후 다음엔 받지 않는다.-거래종료)


2. 테이커(호의를 받고도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 에겐 받지 않는다.


3. 거래를 원하는 사람(내가 이만큼 했으면 너도 이만큼 해줘야지?)은 두 번은 받지 않는다. 

도움을 받으면 분명 뭔가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도움받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다. (물론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는 이 경우와는 다르다.)


4. 도와주는 사람이 생색을 내면 받지 않는다.


5. 그밖에 도와주는 의도가 있는 걸 숨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받지 않는다. 

대부분 호의를 의심하지 않고 받지만 가끔씩 의도가 티가 나도 너무 나는 사람이 있다.





저의 나눔&받기 원칙은 그야말로 저만의 방법이지만, 누군가에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되었으면 합니다. :)

어쨌든 제가 이 글을 쓴 건,

타인의 호의를 기꺼이 받을 수 있어야, 나 또한 선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니 자신에게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타인의 따뜻한 마음을 받을 때 불편해하지 말고 편하게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받은걸, 반드시 상대방에게 돌려줄 필요 없어요.

내가 A에게 받은 호의는 시간이 지나 나의 도움이 필요한 B에게 나눌 수 있거든요.

저도 정말 모르던 사람에게 받은 호의를 똑같이 몇 년 뒤 다른 사람에게 나눈 적이 많아요.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받았고, 나눈 것이죠.

어려울 때 선배들에게 얻어먹은 밥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사주고 있고요.

그러니 너무 1:1로 기브앤 테이크 해야 한다는 압박감 느끼며 받는 걸 어려워하지 마시고 나중에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갚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상대의 마음을 받아보세요. 특히 선한 마음으로 나누려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은 선한 사람과 관계를 놓치는 지름길이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상대방이 힘들어할 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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