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후 충분히 애도하기, 상실의 감정
첫째 고양이 코코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별이 된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어요.
한 달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하루도 코코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요.
코코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지만 이별을 어느 정도 수용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첫째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실 분들을 위해 고양이를 떠나보낸 후 저의 감정 변화와 일상에 대해 공유해 볼까 합니다.
코코가 림프종 암 판정받고 2달 동안 큰 수술 후 회복은 성공했지만 항암치료가 잘되지 않았고, 식욕 저하와 배변 활동도 힘들어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어느 정도 짐작했습니다.
1년에 사망하는 약 45만 마리 반려동물 중에 동물 장례를 하는 경우는 8만 건(17.8%)에 불과합니다. 합법적이면서 정서적으로 가장 납득할 수 있는 ‘반려동물 화장’이 아직 외면받고 있는 것이죠. 아마 땅에 묻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 의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첫째 반려동물을 잃고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고 합니다.
저 또한 너무 하기 싫었던 코코가 떠난 후 과정에 대한 준비를 억지로 에너지를 내어 겨우 했었습니다.
떠나보낼 준비 없이 그저 오래도록 제 곁에서 살았으면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떠나는 건 어쩔 수 없기에
유튜브로 동물 장례절차와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고 네이버 검색으로 적당한 장례업체를 미리 찾아두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가 숨을 거두고 장례업체 예약을 하며 하루 정도 더 있어도 되는지 문의했고
날씨가 선선해서 하루 정도는 괜찮다는 말에 고양이 사체와 함께하며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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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떠나고 하루 지나 장례 후 이틀 동안, 그러니까 사흘 정도 식욕저하와 무기력에 시달렸습니다.
평소 식욕이 왕성하고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배도 안 고프고 밥 차려 먹기가 너무 귀찮아 먹지 않았고 하루 한 끼 정도 억지로 식사했네요.
사흘 동안 일도 못했고, 그중 하루는 몸살도 앓았고, 거의 누워서 지냈습니다.
무기력한 상황에서 슬픔과 공허함이 몰아칠 때면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을 읽고, 고양이를 떠나보낸 유튜브를 보고, 동물의 죽음을 함부로 표현하지 않을만한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코코의 소식을 전하며 위로받으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코코가 떠나던 순간이 자꾸 떠오르고 슬픔, 죄책감, 허탈함, 상실감, 허전함 등 정말 많은 감정을 계속해서 느꼈어요.
첫째라서 못해준 게 너무 많았고, 아픈 걸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거나, 혼자 있고 싶어 할 때 억지로 끌어안거나, 아픈 상태의 고양이에게 남들보다 더 시간과 공을 들여 돌보지 않았던 것들 등등 코코와 함께한 14년 그리고 코코의 마지막 한 달을 떠올리며 정말 많은 죄책감을 느껴 힘겨웠어요.
저는 이러한 수많은 감정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끼며 울다 말다를 반복했습니다.
울면서 코코야 미안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뱉어내기도 했네요.
그리고 14년 동안 내 곁에서 온전히 저를 사랑해 준 코코의 모습도 떠올라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이젠 그러한 사랑을 코코에게 받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절망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에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고마움’입니다. 편견 없이 헌신적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반려동물 덕분에 우리는 ‘온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게 됩니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이렇게, 저는 사흘 동안 평소와 다르게 일상이 무너졌고, 정말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많이도 울었어요. 그래도 힘겨운 감정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끼며 애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이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잠을 많이 잤어요.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데 슬플 때 평소보다 잠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10시간씩은 잤던 것 같아요.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가 되니 조금 에너지가 생긴 느낌이 들었어요.
이날은 강의 준비 관련 줌으로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꼭 해야 했는데 에너지가 돌아와서 다행이었습니다.
무사히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회사도 다시 복귀해서 사람들과 평소처럼 지냈어요.
지난주보다 오히려 밝아진 느낌이 들기도 해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밝게 웃고, 집중해서 일하는 제 모습을 알아차릴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코코가 원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어요.
일주일 정도 드문드문 코코 생각이 났고, 고양이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코코 소식을 전하며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감정이 오래가지 않고 금방 다시 생활을 했어요.
펫로스 증후군이 심하면 몇 년씩도 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그야말로 회복 탄력성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고장 난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코코의 장례를 치르고 지금까지도 매일 액자와 유골함을 보며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코코(사진)에게 잘 잤냐고 물어보고, 자기 전에 코코에게 보고 싶다고, 꿈에 나타나 달라며 종종 울기도 하지만 깊은 슬픔과 그리움에 빠지지 않고 또 곧잘 잤어요.
다만, 수면시간이 늘어나 하루 10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건 여전해요. 예전보다 꿈을 많이 꾸고, 평소보다 자다가 많이 깨네요. 과수면과 수면의 질이 떨어진 게 고양이를 떠나보낸 상실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영향이 있을 것 같긴 해요.
힘겨운 감정이 올라오면 애써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했는데도 생각보다 크게 힘들지 않아서 신기했어요.
물론 명상을 할 때, 일상 속에서 가끔씩 코코가 생각나면 죄책감, 아쉬움에 시달리고 슬픈 감정이 들었고 밤마다 코코의 사진을 보며 대화하고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잠깐씩 울긴 했지만 대체로 일상이 잘 되었어요.
펫로스 증후군이 심하진 않네?라고 생각하기도 했네요.
이별 없는 사랑은 없고,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합니다(사실, 사랑하는 존재가 떠났으므로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실 이후 느끼는 슬픔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치유 과정이기 때문이죠.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너무나도 사랑한 나의 고양이가 떠났는데도 생각보다 슬픔과 애도의 감정이 크지 않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나, 감정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바쁘게 2주 정도 보내다가 조금의 여유가 생겨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어요.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떠나간 코코가 떠올라 울컥했어요. 이 책의 여러 내용들이 코코와의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달래는데 정말 큰 도움을 주었어요. 책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을 해볼까 해요.
짧은 기간이지만 3일 정도 충분히 상실의 고통을 느꼈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들에게 코코의 소식을 전하며 위로받기도 했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리고 자기 전에 코코의 사진을 보며 인사 나눴어요. 이런 충분한 애도 그리고 아직 제 곁에 함께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호두와 마루)가 있어서 그런지 일상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코코를 떠나보내고 분리 불안을 이따금씩 느끼고 있지만, 어쨌든 저도 제 삶을 살아야 하고 남은 고양이들도 돌봐야 하니까요.
일상 속 기쁨과 행복, 그리고 상실의 슬픔을 적절히 느끼며 지냈어요. 그런데 바쁜 일이 마무리되고 2주가 되었을 때부터 다시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코코의 마지막 순간과 코코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또다시 받아들이기 어렵게 느껴졌네요.
유튜브에서 추천해 준 펫로스 상담 관련 영상을 보며 함께 울기도 하고 다시 슬픔과 그리움을 느꼈어요. 거실과 연결된 방문을 보며 다시 방문으로 들어와주면 안 될까라는 어리석은 바람도 느꼈어요. 저는 저의 과거가 무척 힘들었던 사람이어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너무나도 그리운 나머지 '코코가 살아있는 그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봤네요.
이렇게, 저의 감정은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상실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느꼈어요. 코코와 함께 하던 휴일이 오면 더더욱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한 달이 지나니 코코가 없는 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아직도 매일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자기 전에 코코의 사진을 보며 인사하고 있어요.
물론 함께 사는 두 마리 고양이 호두 마루에게도 함께 인사를 나누고 있어요.
이제는 저만의 의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매일 밤 인사하며 꿈에서 만나자고 말하는데, 코코는 꿈에 나와주지 않네요.
정말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악몽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거의 매일 난잡한 꿈을 꾸고 있고 수면의 질이 좋지 않고 과수면을 하고 있어요.
가끔 슬픔과 죄책감에 사로잡히며 괴로워하곤 하지만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네요.
한 달 동안 둘째 고양이 마루, 셋째 고양이 호두가 애교가 많이 늘었고 코코 대신 저와 엄마 곁을 지켜주고 있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특히 마루는 코코가 죽기 전까지 자던 자리에서 저와 함께 잠들어주고 있네요. 코코가 없는 잠자리의 허전함을 마루 덕분에 채우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유골함에 있는 코코의 유골 가루를 자연으로 보내주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코코와의 이별이 온전히 수용될 때 코코를 자연으로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코야, 코코가 떠난지 어느덧 한달이 되었구나.
언니랑 엄마, 호두, 마루는 잘 지내고 있어.
코코의 빈자리가 정말 크고 매일 보고 싶어 힘들지만
코코가 하늘에서 언니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예전보다 더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고 있어.
물론 코코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코코가 내 곁에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크게 슬프고 다시 돌아와 달라고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품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
코코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지?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은 거지? 다행이야.
언니는 코코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코코가 언니에게 준 사랑과 가르침으로 더 멋진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게.
먼 훗날 만날 때 세상에서 잘 살고 왔다고, 언니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말이야.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코코야 사랑해.
제가 고양이와 이별한 후 한 달 동안 느낀 감정을 전해드려 봤어요.
아직 한 달 밖에 안 지났고 언제까지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겨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슬픔과 이별의 감정을 잘 느껴 건강하게 마주하고 잘 치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이 반려동물과 이별을 앞두고 있거나, 이별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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