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도록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를 4년 넘게 안 받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 코칭 고객분께서 자신이 다니는 병원을
추천해 주셔서 다니게 되었는데
저를 맡아 주신 주치의 선생님과 약이 잘 맞아서 어느덧 6개월째 다니고 있네요.
예전처럼 약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우울의 단계가 심하지 않긴 하지만,
다시 병원에 다니기로 마음먹은 것은
요 몇 년 1~2월에 계절성 우울증을 심하게 앓으면서
아직 우울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고
정식 치료를 통해 남아 있는 우울을 정식으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정신건강의학과에
살기 위해 약을 타러 가는 게 아니라
정식 치료를 통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항우울제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죠.
지금은 다시 약물치료를 시작한 것에 후회는 없고
주치의 선생님도 좋은 분이라서 그야말로 일상생활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우울제를 먹는 6개월간 저는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사업적이 안정되지 못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판단했고
그래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지 못했던 것,
사랑하는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일,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관계가 끊어진 것,
그리고 모처럼 사랑을 느낀 사람과의 이별을 겪으며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어요.
그래서 소량으로 시작한 약이 조금 증량되었는데
이별의 고통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기분이 괜찮아져서
다시 약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병원에 다니니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약이 늘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분들보다는 소량으로 먹고 있다는 선생님 말씀이 위로가 되네요.
제가 다니는 병원은 20분 단위로 예약하다 보니
20분 정도 진료가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의사 선생님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혹시 치료는 언제쯤 끝날까요?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까요?
저는 선생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답변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4개월~6개월 정도로 치료가 끝나기도 하고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평생 영양제처럼 항우울제를 먹으며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어릴 적(6살 때)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며(아이답지 않았고)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는데
그 당시 겪은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못해 만성 우울증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감기나 가벼운 질병에 걸려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악화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 만성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우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그저 이해가 되었어요.
치료를 계속 이어가 보며 중간에 약도 중단해 보고 하면서 상태를 본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여러 노력에도 아직 우울이 남아 있는 거 보면 만성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성 우울증.....
이 말을 듣고 아주 쉽게 수긍이 되었던 건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면증이라는 신체적인 질병과 여러 힘든 병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남들보다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감정적인 일에 쉽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일, 생활, 관계에서조차 남들보다 에너지가 현저히 부족해서 쉽게 무기력에 빠지곤 하는 것은 제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합니다.
일반 사람들보다
현저히 느리고 힘들게 겨우겨우 걸어가면서도
남들보다 쉽게 지치는 저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완치할 수 없는 만성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선생님의 말씀대로
항우울제를 끊을 수 없고 평생 영양제, 보조제처럼 먹으며 살아야 할 수도 있겠네요.
https://blog.naver.com/awareofmyself/223282836585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약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는데
기면증 치료를 약물로 1년 가까이하고 있네요.
약 안 먹겠다고 버틸 때보다, 약 먹고 일상이 편해지니 좋아요.
그야말로 삶의 질이 나아진 거죠.
이 경험으로 우울증 약도 다시 먹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커요.
수명이 길어져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기도 하고
당뇨병, 고혈압 등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하는 다양한 질병이 만연하는 가운데
우울증 약이든 수면제든 먹고사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습니다.
어쨌든 저는, 만성 우울증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우울증에도 만성이 있을 수 있겠구나.
인식조차 못 하고 살았었는데
어린 시절 큰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해소하지 못한 채 방치하기도 했고
독서, 명상, 글쓰기, 감사 일기, 수면 관리로 예전보다 우울이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우울이 터지듯 나타나 한 번씩 일상을 무너뜨리곤 해요.
이제는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나의 우울이건만
그럼에도 감기가 낫듯 똑떨어지면 좋겠는데
어쩐지 어린 시절과 과거의 사건 들을 돌아보면, 어려울 것만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왕 큰맘 먹고 병원 다니기로 한거
신뢰하는 의사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시도와 노력해 보면서
언젠가는 약 없이도 일상생활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저도 약 안 먹고도
건강한 사람들처럼 눈부시고 에너지 넘치게 달리고 싶네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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