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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경 Aug 14. 2022

여름 산책을 좋아하세요?


 집 앞 하천을 둘러싼 산책로를 걷는 일은 낭만이고 기쁨이다. 발을 열심히 구르고 있을오리 가족들, 더운데도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산책을 즐기는 댕댕이들, 가끔 보이는 작고 소중한 참새들과 넉넉한 인심 덕분에 토실토실 살이 오른 길고양이들까지. 그래서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마주하는 여름 산책은 마땅히 힐링이다.


 물론 내리쬐는 햇볕이 못해 따가운 한여름, 맑은 하늘 아래에서 그늘 하나 없이 산책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더위가 한여름의 채찍이라면 녹음은 당근이 아닐까? 내가 여름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무더위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는 푸르른 생명감과 짙고 선명한 색감에 개안하는 느낌을 주는 녹음이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따금 산책 도중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과 생명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선명하기도 하고, 이내 주위에 존재하는 것들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럴 때 여름의 푸름은 내게 복잡한 감정을 주는데, 추상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저것인지, 저것이 나인지 모르겠달까? 찬란하다가도 슬픈 것이 참 달큼한 기분이다.


 사람의 수명을 100세로 보았을 때 25살까지가 봄이라면 나는 지금 이제 막 여름의 계절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 유난히 여름이 좋아졌는데, 28살의 내가 계절로 치면 여름에 있기 때문일까?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푸르고 생생한 때라는 것을 잊고 뭔가 시도하기를 주저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도 빈번히 까먹는 사실이지만 습관적으로 되내이려 한다. 혹여나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경험하기 주저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울 필요는 없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만 우리는 언제 새롭게 시작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여름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니까.. 음 그래 우린 여름 산책 중인 거라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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