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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경 Nov 22. 2022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아', '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알 것 같아'라고 말하는 가수 아이유를 좋아한다.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무엇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술과 사람을 좋아해요', '취미는 그날그날 생각나는 맛있는 안주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술을 곁들이는 것입니다' 정도의 지극히 평범하고 간단한 답변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섬세함을 가지고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면 될지 조금 감이 잡힌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한데, 퇴사하고 쉬는 시간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올해 초 퇴사하고 5개월 가까이 쉬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전 직장을 벗어나자 그제야 한 숨 돌리며 진정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고, 무엇을 경험하고 싶고, 무엇에 안정을 느끼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고달픈 현실에 뒤로 제쳐두었던 진정 내가 원하던 것들을 하나, 둘 시도해 보고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하루하루였다.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을 4달간 참여했고,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공간 마케팅 탐험 네트워크 '워터룸'과 공간 기록 습관을 기르는 네트워크 '공기습기' 활동에도 발을 들였다. 지역 협동조합인 잇는연구소에서 진행한 '로컬 브랜드 디벨로퍼 클럽' 활동에 참여하며 로컬 브랜딩 활동에도 참여했다. 지역 2030 여성 네트워킹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또래 여성분들과 다양한 취미활동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활동들을 소소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올여름 들어 가장 더웠던 어느 날, 브런치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모르는 이가 가득한 자리에 날 내보냈다. 날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때때로 부담스러웠고, 실제로 대화를 이어나가다가도 말문이 턱 막히기 일쑤였지만 '해야지 어떡해'라는 생각으로 날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것 같다. 은연 중에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양한 자리에 참석하면서 머지않아 ’역시 난 진짜 날 모르는 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새로운 자리에 나가보니 자신이 누군지, 그리고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이렇게 만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그 사람들은 대체로 견고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넓어지는 듯했다. 그쯤 한동안 읽지 않던 에세이 뉴스레터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맞아, 맞아!'라며 무릎을 탁 치게 되기도 하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글들을 읽으며, 그렇게 나와 같고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낯선 이들과 좀 더 진득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스로에게 물음표가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 느낌표가 될 시간들을 만들려고 한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날 잘 알게 되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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