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11 >
사람들에게 행운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는 인력거꾼인 김첨지가 하루종일 손님이 많아 운이 좋은 날로 생각했지만, 집으로 돌아와보니 병을 앓고 있던 아내가 죽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 같다'라는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행운을 이야기하면 로또 만큼 다양한 흥미거리를 제공하는 소재도 없다. 주변의 지인들이 내게 로또 경험담을 들려준 것 중에서 특별히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한 분은 꿈에 정말 큰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나서 품안으로 달려 들었다고 한다. 꿈에서 깨자마자 복권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도 잊고는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로또 방송을 시청했다고 한다.
로또 추첨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꽝.
하나도 맞는 번호가 없어서 매우 실망하면서 밀려오는 허기에 저녁으로 계란 후라이를 하려고 계란을 깼다.
그런데 왠걸! 계란 노른자가 두 개가 들어있는 쌍란이었다. 그분은 노른자 두 개를 보니 멧돼지 두 마리가 떠올랐단다.
지인들 중에는 신기있는 조상님들이 왜 이리 많은지 꿈에 나타나서 로또 당첨번호를 불러주신 경우가 있었다.
직장동료 한 분은 할아버지가 꿈에 불러주신 번호 중 세 개만 기억나서 그것만 맞고 나머지는 다 틀렸었다고 한다.
다른 분은 일이 바빠서 조상님이 불러주신 로또번호를 적어 놓고 사질 못 했는데 1등 당첨번호여서 한동안 속을 꽤나 끓이셨다고 한다.
2등 당첨 복권을 쓰레기통에 실수로 버려서 매립장까지 쫓아가서 뒤졌는데 결국 못 찾았다는 분도 봤다.
이렇게 행운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형태는 예측할 수 없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행운과 행복에 대해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에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덜 행복하다는 결과가 있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어렵게 메달을 받은 걸로도 만족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승진시험 결과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굴까'라는 질문에 '문 닫고 들어온 사람(꼴찌 합격자)'이란 농담이 있다. 수석 합격도 영광이겠지만 골찌 합격도 다시 피를 말리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큰 기쁨을 주는 것이다.
내가 겪은 행운 중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정말 재미있었던 일이 하나 있다. 명절에 3남매 가족별로 팀을 나눠 치킨값 내기 윷놀이를 했다. 형과 여동생 가족의 말은 하나씩만 남은 상황, 우리 가족은 세 개나 남아 있었다. 치킨값이 큰 것은 아니지만 내기인 만큼 스릴 있고 심장은 쪼이는 상황. 내가 윷을 던질 차례가 됐다.
윷가락이 공중으로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좋았어. 모."
하지만 역전은 전혀 불가능해 보였다. 다시 두 번째.
"어라!! 또 모야."
그렇게 연속으로 7번을 모를 던져서 단번에 1등으로 승리를 눈 앞에 뒀다. 모여 있던 온 가족들이 내가 계속 모를 던지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당연하다. 확률로 계산 해보면 거의 로또 1등 당첨 확률과 맞먹으니까.
마지막 8번째. 나는 재미를 위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운이 좋은데. 발로 던져도 모가 나온 거 아니야?"
그렇게 장난처럼 양 발 위로 윷을 올리고, 공중으로 발을 치켜 올렸다.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윷을 본 순간 온 가족들이 한참을 웃느라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발로 던졌는데도 모라니."
그날 윷놀이를 멈추고 바로 로또를 사러 갔어야 했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날 치킨값은 굳어서 그것도 행운이다. 게다가 온 가족들이 한참동안 신나게 웃을 수 있었고, 윷놀이 할 때마다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줬으니 그것으로 행복인 게 아닐까.
행운과 불행은 인생이라는 한 동전의 양면에 있기 때문에 행운에 그렇게 크게 기대거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 반대로 불행한 순간이 와도 곧 지나가고 언제든지 행운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 너무 실망하고 낙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