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한 하얀 단어들을 깨끗이 씻어 압력밥솥에 앉힌다
너무 질지 않게 너무 되지 않게 생각은 손목만큼 넣고
일단 시작은 기세 좋게 활활 시공간을 지핀다
단어와 사유가 뒤섞이고 엉기고 스며들고
쓰다 남아 증발하는 상념들은 휘발하면서
나도 살려내라고 비명을 지르고 소리치면
시간의 화력을 줄이고 너희도 어떤 의미가 있어
조금만 참으라고 다독이고는
마침내 무위의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의 밥에
어울리지 않는 상념들은 배출하고
잠시 침묵을 느끼고 내가 꿈 꾼 밥을 상상하고
드디어 밥솥을 열어 오늘의 밥맛을 좀 볼까
이런 압력밥솥 바닥에 눌러 붙어 버린 단어들
괜찮아 누룽지면 어때 하얀 시는 밥그릇에 담고
누른 단어에 뜨거운 생각 한 컵 넣고 끓인다
나에게 아직 내일의 밥이 남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