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27 >
"시간이 다 됐는데 얘가 대체 어디 간 거야?"
신랑 입장 1분전이었다. 부모님은 결혼식장 입구에서 신랑인 나를 애타게 찾고 계셨다.
그 시간. 나는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고 힘겹게 일어나서 결혼식장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전날 처갓집에서의 피로연이 문제였다. 아니 사실 절제하고 조심하지 못한 내가 문제였겠지.
처음 처갓집 친척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는 자리. 권하시는 술을 뺄 수 없었다. 긴장도 했고 잘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 자제하지 못한 결과 술이 약한 나는 결혼식 전날에 인사불성이 된 것이다.
결혼식날.
"너! 얼굴이 왜 이렇게 하얘!"
친구 녀석들이 한 마디씩 했다. 그럴 수 밖에. 화장을 한 탓도 있지만 밤새 속을 확인하고, 결혼식 직전까지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내 결혼식은 정신이 없었다. 덜깬 술기운으로 만세 삼창을 불렀던 것 외에는 주례사 선생님의 좋은 말씀도 그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최근에 직장 후배나 친척 동생들의 결혼식이 있어서 갔었다. 요즘 결혼식 분위기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요즘 결혼식은 '주례사'와 '눈물'이 없다. 주례 선생님의 엄숙한 주례사 대신 부모님들이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해 주신다.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흘리던 '눈물'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반면에 신랑이 축가를 직접 부르거나 신랑 지인들이 단체로 흥겹게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요즘 결혼식은 예전보다 무게감을 많이 덜어낸 가벼운 느낌이 들고, '예식'이라기 보다는 '축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봤던 결혼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성당에서 한 친구의 결혼식이다. 미사로 진행한 결혼식은 경건하면서 진중하게 진행되었다. 신랑, 신부가 평생 부부로서 함께 하겠다는약속을 진지하고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보기에 좋아 보였다.
이렇게 결혼식은 부부로서 평생을 함께하는 첫 시작이므로 무게에 있어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지닌다. 부부가 함께 일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시작점이라는 점에서는 축제처럼 가벼울 수 있지만, 살면서 어려운 순간들이 오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무겁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결혼식이 열리고 있을 것이다. 새로 인생을 함께 시작하는 부부들의 결혼생활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