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손짓과 미소로 다 통해"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28 >

by 달여울 작가

"얼~(R)", "지~(Z)"


알파벳을 읽는 둘째 아이의 발음을 들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알", "제트"라고 정말로 정직하게 영어 발음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영어수업으로 일찍부터 영어를 접한다. 근에는 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해서 중국어나 한자 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다.


이런 영어 조기교육과 달리 시골에서 자란 나는 중학교 입학 직전에야 겨우 알파벳을 뗐다. 초등학교 때 영어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입학해 보니 또래 중에 초등학교 때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한 친구도 많았지만 일부 친구들은 나와 같은 처지였다.


남들보다 출발이 늦어서인지 영어는 학창시절 동안 극복하기 어려운 울렁증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학교시험과 회사 취업을 위한 토익 등의 시험을 위한 영어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지만 영어 회화는 지금까지 숙제로 남아 있다.


영어 회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두 번 정도 노력한 적이 있다. 한번은 대학 때 영어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그 선택은 오히려 영어 울렁증을 악화시켰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 중에는 외고 졸업생이나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분이 많아서 교수님과 프리토킹을 하면서 웃고 떠드는 그들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졌고,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경험은 영어 회화 전화서비스를 이용했던 것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약 10분 정도 필리핀에 계신 분과 전화로 대화 했다. 나름대로 재미있고 도움도 됐지만 이마저도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중단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하지만 내 경험상으로, 그리고 주변의 지인을 봐도 실생활에서 영어회화를 할 일은 무역업 등과 관련한 업계에서 일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내 경우에는 두 번 정도 직장 생활 중에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면서 영어회화를 한 적이 있었다. 한번은 간단한 고객 불만이라서 간단한 사과로 끝냈는데 두번째는 지금 생각해도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쉽지 않았다.


"환자분! 치아가 욱신욱신 아프세요? 아니면 쿡쿡 찌르는 듯이 아프세요?"


치과 의사의 말을 외국인 고객에게 영어로 전달을 해야 하는 상황. 'sting'과 같은 간단한 영어 단어가 떠올라말했지만, 의사가 의학적 치료방법을 전달해 달라고 할 때는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기분이었다.

외국어 회화가 필요할 때는 역시 여행을 갈 때이다. 최근에 일본 여행을 가면서 외국어 회화에 대해 느낀 것이 있다면 간단한 일본어 인사와 숫자, 여행에 필요한 일본어 단어 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인원이나 물건의 가격을 표시할 때 일본어 단어와 손가락으로 간단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충분했고, 특히미소는 만국의 공용어니까 웃음으로도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 요즘에는 외국어 번역 어플도 발달되어 있어서 특히나 외국인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많이 줄어 들었다.


영어나 일본어 회화를 못한다고 무슨 문제가 될까? 우리에게는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손짓과 미소, 핸드폰 어플.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말 중요한 자신감이 있으니 그것으로 괜찮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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