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감정을 떼어놓고 바라보기"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43 >

by 달여울 작가

"아니 점심을 좀 준비해 놓고 가지."


토요일 점심. 둘째 아이와 미용실을 다녀오니 집안 공기가 냉랭했다. 이어지는 아내의 말에서는 화가 묻어 났다.


내가 점심을 제대로 준비해 놓지 못한 것은 나름 핑계거리가 있었다. 선 11시에 미용실이 예약되어 있어 점심을 준비하고 가기에는 시간이 어중간했다. 게다가 토요일이라 안청소를 끝내고 나니 남은 오전시간은 뭔가 여유롭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가 외출하면서 부탁한 점심을 대충 준비하다가 말고 시간이 임박해서 미용실에 다녀온 것이다.


"아니, 미용실도 다녀와야 했고, 다녀온 뒤에 준비하려고 했지."


아내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고 나도 덩달아서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며칠동안 서로에게 냉랭했다.


'이렇게 화가 나는 순간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화가 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가 난 상태인 내 감정과 상대방에게 바라는 기대를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난 감정은 정리되지 않고 바닥에 쌓아놓은 빨래 거리와 같다. 바로 표출하기보다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맘 속으로 몇 초간 카운트를 해 보고,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화를 내지 말아야지' 또는 '화가 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화가 난 감정을 알아 차리고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화가 나 있구나.'라고 지금의 감정상태를 속으로 말해 보는 것이다.

끝으로 화를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서 빨래 바구니에 두는 것처럼 나로부터 분리해서 한 걸음 떨어져서 라보는 것이다. 화가 난 상태나 원인을 외부의 물건을 보듯 관찰하면서 "내가 왜 화가 났을까? 어떻게 상대에게 화난 이유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말에 그렇게 아내와 다툰 이후 며칠이 지나서 나는 먼저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토요일이라 쉬고 싶었고 둘째와 미용실도 다녀와야 했던 상황이라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었어."


"나도 운동을 다녀와서 뭔가 씻고 싶은데 점심준비를 해야 해서 화가 좀 났었어."


그렇게 우리 부부는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기대와 기분에 대해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화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