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야기꾼"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39 >

by 달여울 작가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있다.

한 번은 동네 미용실에 갔을 때이다. 파마를 하러 오신 할어니에게 미용실 사장님이 말을 시면서 내 머리카락을 잘라 주셨다. 나는 두 분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우리 둘째 도련님 아시죠?"

"응. 잘 알지. 시동생 말이지."

"네."

"그 사람이 왜?"

"아니 남편이 젊었을 때. 내가 시집 오기도 전인데."


사장님의 이야기는 이랬다. 사장님의 남편분이 집에서 기르던 소 몇 마리를 팔아서 목돈이 있었다고 한다. 은행에 입금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장롱 이불 사이에 그 돈을

넣은 채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남편은 잠에서 깨어서 장롱의 이불 사이를 살폈으나 돈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남편은 당황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밑에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동생과 가장 친한 동네 친구를 불러서 물어보니 동생이 갑자기 부산으로 간다고 했다는 것.


'이 자식이 돈을 들고 부산으로 튄 거 아냐?'


남편은 바로 부산으로 달려 갔다.


"아니 부산이 여기처럼 작은 동네도 아니고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지."


사장님은 이렇게 말하고는 숨을 골랐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할머니도 뒷 얘기가 궁금한 눈치였고 나도 듣고 있지 않은 척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를 쫑긋 세웠다.


"아니 일주일을 부산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부산이 좀 넓어야지. 도저히 찾지 못해서 포기하고 그만 돌아올까 하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고 중국집에 들어갔는데."


사장님은 말을 또 한 번 멈추고 웃었다.


"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할머니는 뒷 얘기가 궁금해서 조바심을 내셨다.


"아니. 철가방을 들고 한 총각이 들어오는데. 바로 자기 동생이더래요."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장님의 시동생은 그 날 형에게 뒤지게 혼나고 집에 붙잡혀 온 이후에는 큰 문제없이 지금껏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미용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반전이라던가 그리고 중간에 이야기를 멈추고 뜸을 들이시는 모습에서 이야기꾼으로서 고수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같은 이야기도 맛깔나게 풀어내는 이야기꾼들이 많이 있다. 나도 그런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