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by 달여울 작가

곤히 잠든 아이의 숨결을 닮은 바람 위로

첫 눈이 내린다


하염없이 바닥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리는 눈을 따라서 모두 내려놓으면

떨어지는 눈송이들 사이로 문득 시간이 멈추고


마음 한 편의 닫혀 있던 서랍을 열어

곱게 접어 놓았던 시간들을 펼쳐낸다

누나의 포근한 무릎 배게를 베고

조심스러운 귀이개 질에 히죽히죽

나오는 웃음을 참던 날이었지

너는 아빠처럼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 돼야 한다 알았지

소주 한 병 때문이었는지

철없이 네 대답했던 나 때문이었는지

아빠에게 위로가 되는 날이었지

찰각 찰각 엄마의 베틀 소리 들으며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호호 불며 군고구마 까먹던 날이었지


신혼 첫날 밤

고운 손 다정히 잡고 잠든 당신 얼굴을

두근거리며 한참이나 바라보던 날이었지

와 눈이 오네

어느새 잠에서 깬 아이의 환호가

순백의 정적을 깨고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돌리는

첫 눈 오는 날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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