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달여울 작가

유난히 바람이 좋은 날

열 살 딸 아이는 연을 날리고 싶어했다

새하얀 한지 위에 댓살을 누이고

풀 바른 한지 조각으로 여미었다


실이 중요해 중심을 잘 잡아야지

치우치면 연이 맴돌거나 이내 쓰러진다

살아오며 방황하고 넘어지는 날이면

굳은 살 박힌 두 손으로 연실을 묶어주던

당신의 그 말이 왜 그렇게 그리웠을까

농사 지어 어디 자식들 가르치겠나

유난히 춥던 그 겨울 어느날

움켜 쥔 황소의 고삐를 옆집 아저씨에게 건넨

아버지의 두 손에는 막걸리 잔이 들렸다

술은 이내 눈물과 한숨이 되고 다시 바람이 되었다

당신을 뒤흔든 그 바람이 나인 줄 모르고 원망만 했던 나는

새들의 늦은 수확도 끝난 텅 빈 논에서 당신과 연을 날렸다.

붙잡는 마음과 떠나려는 마음이 자꾸 부딪쳐서

연은 이내 점이 되고 꿈이 되어 산 너머로 사라졌고 그 산자락을 따라 우리도 떠났다

연이 사라진 산허리로 다리가 서고 길이 나고

그렇게 십 년이 훌쩍 지나 다시 찾은 고향

소중한 건 그냥 마음에 담아두라는 당신의 만류에도 마을 앞동산이 다니던 학교에 올랐다


약재공장이 된 폐교의 校舍 굳게 닫힌 정문의 철문 사이로 낯선 기계음과 요란한 개 짖는 소리만 흘렀다

그 소리가 헤집고 지나간 자리로 바람이 일어서

나는 차마 붙잡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연이 되었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21화좀비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