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05 >
회사일로 직원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내가 입사했을 때보다 훨씬 '스펙'이 뛰어나고 능력이 있어 보이는 많은 젊은 친구들이 긴장을 한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옛날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 태어났으면 내 스펙으로 우리 회사에 과연 들어올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뽑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부담감이 밀려 왔다.
'짧은 면접시간동안 어떻게 우리 회사에 필요한지 잘 판단할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은 분명히 있었지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내 옆에 외부 면접전문 위원들이 두 분이나 계셨다.
"면접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나는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두 분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물어 보았다.
"지원자에게서 나오는 분위기, 아우라 같은 것이 채용하는 회사의 조직에 잘 어울릴 지 봅니다."
"면접 답변 과정에서 지원자의 캐릭터나 서사 등 그 사람이 잘 드러나는지 봅니다."
두 분의 말을 들으면서 내심 안도를 했다. 사실 나도 지원자의 대답과 태도 등을 통해서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지와 그 사람의 성실성, 진정성을 확인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날. 면접이 끝나고 면접위원들과 좀 더 얘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에서 서로가 공감했던 것은 면접을 준비해 온 대로만 기계적으로 답하거나, 본래 성격과 달리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경우 높은 면접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에 꼭 정답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지원자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나도 취업을 준비할 때 면접에서 나 자신을 속였던 적이 있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고 하거나, 지원한 회사의 사업에 대해 사실 크게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아니었는데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된다'고 목숨을 걸듯이 얘기를 했다던가.
아마 그 때 나를 면접봤던 면접위원의 눈에는 그런 내 모습이 벌거벗은 것처럼 투명하게 잘 보였으리라.
면접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시로 꾸며진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공허함의 상당 부분은 무엇을 '이루지 못했거나',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남의 시선이나 남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공", "인정", "안정" 이러한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들은 겉보기에 멋있지만 이면에는 조용한 폭력이 숨어 있다.
사람마다 개성과 관심, 그리고 능력있는 분야 등이 저마다 다른데 "너는 이래야 해."라는 사회가 우리에게 내리는 끊임없는 명령에 어떻게 맞출 수가 있을까.
게다가 주위를 돌아보면 아무리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거나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도 어떤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반드시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완벽하거나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나아가지 위해 노력중인 ‘되어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나는 지금 무엇으로 되어가는가?’라는 물음과 성찰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으로 되어간다'는 것은 반드시 무언가 커다란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세우거나,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맞서 이겨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타인의 시선과 기대 등을 이겨내는 작지만 귀한 용기,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살겠다’라는 선택을 감당하려는 내면에서 발현되는 의지이다. 그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선택일지라도, 그 순간의 선택만큼 삶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의지로 살아야 한다'라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막연하고 모르겠으면 그건 당연하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데 남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평소에 온전히 자신만의 시선으로 살아보는 연습을 많이 해 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되어가는 나'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하루의 시작점에 내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해 본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는 정답이 따로 없고, 더구나 반드시 어떤 정답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의 자신에게 어울리면서 필요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예를 들면 “주변사람에게 부드러운 말 한 마디 건네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적어보는 거다. 그리고 하루를 잘 보내고 저녁이 되면, 그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서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나는 아침에 적은 그 문장에 얼마나 닿았는가?’
이렇게 매일 반복하는 자기 자신과의 짧은 대화가 누적이 되면 어느새 스스로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언론인이 될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변의 냉혹한 시선에도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언론인으로 성공한 '오프라 윈프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당신이 꿈꾸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