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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Jul 09. 2020

쫄딱 망한다는 영화의 매력

토론토에서도 펼쳐진 50~60년대 영화 포스터전

쫄딱 망한다 영화의 매력

 197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배우 이승연. 우리에게 ‘고교얄개(1976년)’로 잘 알려진 그는 1986년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캐나다로 온다.  삼촌의 친구가 유학원을 해서 그분만 믿고 왔는데 얼마 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이곳에 아무 연고가 없던 그는, 공원에서 노숙도 하고, 접시 닦이, 지렁이 잡이, 모텔 청소, 햄버거 굽기 등 갖가지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낸다. 1993년 7년 만의 캐나다 생활을 접고, 어머니가 있는  필리핀으로 가 아내와 결혼한다. 1997년에 한국으로 돌아가 처가가 있는 대전에 정착하여 음식점을 여는데, 사업이 잘 풀려 컴백을 시도한다. 놀던 물이 영화 쪽이어서 영화 판을 기웃거리다가 후배 배우와 영화를 제작하는데 투자자들이 갑자기 사라져 제작비를 감당 못해 쫄딱 망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기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1970년대 하이틴 스타 이승연의 얄개 시리즈 <얄개 행진곡>

 배우 최민수의 아버지, 최무룡도 무리한 영화 제작 투자로 빚더미에 앉게 되고 결국 아내인 김지미와 이혼하게 된다. 당시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배우 겸 가수인 김민종의 아버지, 김주오도 영화 제작자였다.  김민종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영화 제작을 하다가 망해서 온 가족이 단칸방에 살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 “저도 영화 제작을 하다 사기를 당했다”라고  SBS ‘힐링 캠프’에서 고백한다.   그 외에 ‘얄개 시리즈’의 배우 손창호는 영화 제작을 하다 폐인이 되어 지병으로 숨진다.  근래의 코미디언 심형래, 개그맨 이경규도 흥행에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렇듯 ‘쫄딱 망한다’는 영화 제작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에 대한 대중적 환상, 성취욕, 명예욕도 있지만 투자에 따른 보상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다른 산업에 비해 자금 회전이 상당히 빠르다. 은행은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매매 차익이나 투자한 회사의 배당금을 받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상대적으로 자금 회전이 빠르다. 투자가 이루어진 뒤 대개 4~6개월 정도면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을 거쳐 개봉까지는 채 1년이 안 걸린다. 1년 6개월 또는 2년 정도면 정산이 이뤄진다. 또 잘 되었을 때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즉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대신 기대치가 높다는 점은 역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인 것이다.

1950년대의 영화 <교차로>

 요즘 한국영화는 1950년대 말 유현목, 김기영, 신상옥이라는 트로이카 감독 시대 이후, 최고의 황금기를 맞는 듯하다. 지난 10월에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영화 누적 관객이 1억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국민 5000만 명이 1인당 2편을 본 셈이다.

이곳 노스욕의 한 영화관에도 언제부터인가? 한국 영화가 슬그머니 자리를 잡는 듯하다. 어느 음식점 광고에 “영화도 보고 활광어도 먹고”라고 홍보할 정도가 되었으니, 바야흐로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몸으로 느낀다.

  2013년에 돌아가신 안국태 선생은 희귀 영화 포스터 700여 점을 수집, 소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2월 3일(화) 도산 갤러리에서 있었던 추모전에서는 그동안 수집한 1950년대 영화 포스터 100여 점을 공개했다. 고인은 경기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포스터를 모으기 시작했고, 먼 이국 땅에 가져와  40년 동안 고이 간직해 왔다. 본국에서 조차 보기 어려운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1955년)과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년)등의 진귀한 포스터를 이곳 토론토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규한 감독의 <춘향전> 1955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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