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가수 너훈아
‘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은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고향인 미국 멤피스와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런던, 도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그를 모창 하는 콘서트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모창가수가 사랑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수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대중은 그를 직접 대하기 힘들어진다.
비싼 ‘디너쇼’ 티켓을 사는 것도 보통사람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따라서 대중은 비교적 싸고 손쉽게 만나는 모창가수에게서 스타에 대한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대리 만족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를 닮고자 애쓰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모창가수는 온 힘을 다해 ‘오리지널’과 가까워지려고 한다. 그러므로 모창가수가 오리지널과 비슷하면 좋고, 혹 오리지널과 다르더라도 그 또한 재미있어한다.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에 가면 마돈나, 마이클 잭슨, 비틀스 등 유명 연예인의 이미테이션 콘서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미테이션 연예인이 고정 출연하기도 한다.
머리를 파마를 하고 코도 성형을 했다. 비디오를 보며 나훈아의 얼굴 표정, 몸짓, 손짓까지 연구했다. 매일 한강변에서 나훈아를 흉내 내며 노래를 불렀다. 주위에서는 그에게 핀잔과 멸시를 보냈다. 당시의 배고픔과 서러움은 오늘날 그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SBS에서 열린 나훈아 모창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부터이다. 그날 이후 그는 바빠졌다. 방송사, 야간업소, 각종 행사장에서 그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남으로 사는 인생이 그리 순탄하겠는가? 그의 가슴속에 엉켜있는 아픈 사연들과 눈물과 콧물이 그에게 있다. 그의 꿈은 양로원을 짓고 본인 김갑순으로 사는 것이라 한다. 갈 곳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셔와 패러디 인생을 살며 흘린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진 따뜻한 사랑을 나눠 드리고 싶다고 한다. 가짜와 진짜의 구분이 모호한 이 시대. 그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왠지 그가 보고 싶다. <2008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