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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Jun 24. 2020

마음까지 살찐 여자

개그우먼 강남영

마음까지 살찐 여자, 개그우먼 강남영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3~4년의 도전 끝에 이룬 개그우먼 타이틀이지만, 남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또다시 몇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남을 웃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매나 이미지는 벌써 여자이기를 거부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쟨 빼, 너무 살이 쪄서 비호감이야” 아니면 “너는 여자로 안 살 거니? 포기했어?”라는 동료들의 농담. “너무 나이도 많고 비주얼도 그렇잖아”라는 말을 주위로부터 들었다 하면 자신의 자리를 후배나 동료에게 내주어야 한다. 특히 요즘 방송들은  무조건적으로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그우먼 강남영. 1972년 생인 그녀는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안양 예술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94년 SBS 개그맨 공채 3기로 데뷔했으며 KBS로 옮겨 KBS 개그맨 11기로 특채된다. 주요 작품으로는 ‘기쁜 우리 토요일’ ‘코미디전망대’ ‘좋은 친구들’ ‘열려라 웃음천국’ ‘웃으며 삽시다’ ‘개그콘서트' 등이 있으며 SBS의 ‘출발 모닝 와이드’ TBS ‘강남영의 웃으며 갑시다’등에 출연하고 있다. 

강남영이 토론토 히든싱어선발대회의 사회를 보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순댓국 집에서 그녀와 우연히 만났다. 사실 그 모임은 다른 이 들과의 모임이었는데 그녀가 불쑥 낀 것이다. 개그우먼이라 소개를 안 해도 한눈에 표가 났다. 식사가 끝나고 차가 나오자, 허스키하고 털털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제 유행어가 먼지 아세요?” “…” 내가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짓자,“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제가 영화도 찍었어요.”하며 이런저런, 연예계의 들은풍월을 푸는 그 모양새가 밉지가 않다. 함께 했던 이가 음식점을 나서며 말한다. “마음까지 살찐 여자 에요.” “네~에?”  토론토에 돌아와 그녀의 블로그를 보고 그 답을 찾았다.


    강남영에게는 ‘백희’ ‘행복’이라는  아이같이 돌보는 유기견이 있다. “백희는 공터의 버려진 컨테이너 주변을 맴돌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틈을 주지 않아 아이를 잡는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잡고 보니, 돌아다닐 때 모습이 너무 처참해 밥이나 주자는 생각이었는데, 치료가 급해 입원시킵니다. 병명은 모낭충. 모낭충은 유전병으로 환경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병하는 병입니다. 그저 밥을 먹는 걸로 살고자 하는 의욕만을 전할 뿐 가만히 누워 불안도 표현 못할 만큼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강남영은 KBS 특채 개그우먼 11기다.

또 다른 사연, “행복이는 교통사고를 당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몸의 일부가 차에 깔렸는지, 앞 뒷다리 모두가 부러졌습니다. 그나마 누군가 신고해 주어서 2차 교통사고를 피했고, 보호소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수술 적정 시기를 놓쳐 모든 근육이 경직되어 어려운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하면 70% 정도 그냥저냥 살 수는 있지만, 안 할 경우 누운 채로 살아야 합니다. ‘얘야! 사람들도 힘드니 네가 불편한 대로 살아야 하겠다’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여러분의 도움을 구합니다.”


다른 글,“이 아이들은 아마도 길 위의 가여운 아이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길 위에 누워, 눈에 띠지도 못한 채 멀어져 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를 돕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우리는 어째던 눈에 들어와 인연이 닿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하려 합니다.”


그녀는 유기견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 들을 데려다가 임시 보호소에서 개를 맡아 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개를 기른다. 그래서 방송가에선 그녀를 ‘개그계의 이효리’라 한다. 이효리나 다른 연예인들처럼, 유기견 기르는 일을 홍보하지 않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유기견을 위한 따뜻한 마음만큼은 원조인 셈이다. 

    강남영은 데뷔 한 지 20여 년이나 됐다. SBS 개그맨 김현철은 동기이고, KBS 개그맨 박준형, 박성호, 김숙 보다는 1 기수 선배다. 걸쭉한 입담과 넉넉한 외모에서 풍기는 너그러움. 항상 겸손하고 남을 공경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어 ‘마음까지 살찐 여자’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그녀다.

    집에서 기르는 여섯 아이(유기견)와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여동생 뒷바라지 때문에 지방 공연을 가더라도 잠을 자고 오는 일이 거의 없단다. 한가위 축제 공연 차 토론토에 오면서도 이들 걱정으로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리더의 조건이 따뜻한 마음이라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가 리드하는 공연은 어떨까? 한가위, 달이 둥근 그날이 기다려진다. <201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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