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거예요 내 가슴은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얼마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터질 거예요 내 가슴은/당신이 내 곁을 떠나면/ 나는 그대 못 잊어하며/ 날마다 생각할 거야”
듀엣 <김씨네>의 ‘터질 거예요’의 가사다. 1970년대의 노래이지만, 지금 들어도 좋다. <김씨네>는 부부 듀엣 그룹이다. 당시 최고의 그룹사운드, <트리퍼스>의 보컬 출신인 김효원은 김동자와 혼성 듀엣 <김씨네>를 결성하는데, 데뷔곡 ‘터질 거예요’가 빅 히트를 터트리며 인기 듀엣으로 급부상한다. 둘 다 서구적인 얼굴에다 키가 훌쩍 해 옷태가 좋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하모니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사랑의 이야기’ 등의 5집 음반까지 내며 오랫동안 활동을 한 그들은 1985년 12월에 이혼을 발표하고 팀은 자동 해체되는데 가요계의 소문난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었기에 팬들의 충격이 컸다.
1970년대에는 남녀가 함께 듀엣을 한 팀이 많았는데,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남녀가 같이 활동을 하는 이유만으로도 대중의 시선이 따랐던 때다. 또한 젊은 남녀가 함께 노래 활동을 하다 보면 핑크 빛 스캔들도 만들어지게 되고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도 많았다. 가수이기 이전에 젊은 남녀들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부 지연을 맺은 우리나라 최초의 혼성팀은 <고복수, 황금심>이다. 이들이 함께 노래한 ‘장한몽’은 1950년대식 ‘사랑의 정서’를 상징하는 노래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 탐나더냐?”를 외치는 가사는 아직도 기억하는 이가 많다. 공식적으로 팀을 결성해 음반을 발표했던 최초의 혼성 듀엣은 1968년의 <서수남과 현혜정>이다. 이 팀은 결성 후 결혼까지 골인했지만, 3개월 만에 이혼한다. 현혜정은 원로가수 현인의 딸이다.
1970년대 캠프송의 지존으로 평가할만한, 부부 듀엣으로 <바블껌>이 있다. ‘아빠는 엄마만 좋아해’는 그들의 대표곡인데, 비록 4년도 못 되는 활동을 했지만 인기가 많았다.'짝사랑’ ‘새색시 시집가네’ ‘토요일 밤에’등 우리 귀에 친숙한 포크송의 오리지널 가수는 사실 <바블껌>이었다.
다음으로 1980년에 결혼 한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있다. 당시 인기가 있던 정태춘과 신인 박은옥의 결혼을 소속사가 반대해 회사와 계약 파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정태춘은 경제적 파탄의 생활을 하게 되지만, 1984년에 그들이 함께 부른 ‘사랑하는 이에게’로 재기하고 이 노래는 아직도 사랑을 고백해야 할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노래다.
1989년 <정훈희, 김태화>는 ‘우리는 하나’라는 음반을 발표해 10만여 장의 판매를 올린다. 이들 부부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별 후, 다시 재결합을 하여 부산 인근의 기장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부부 듀엣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함께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조갑경과 홍서범>은 같은 연예 소속사 출신이다. 조갑경의 신인 시절에 홍서범이 포장마차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강한 ‘충동’을 느껴 첫 키스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3명의 자녀를 두었고, 1990년에 발표한 ‘내 사랑 튜유’는 부부의 지정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