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구경할 시간 조차 없다면 이게 무슨 삶인가?
여름 시즌에 음악회 가는 일은 참 만만치 않다. 특히 클래식 공연은 왠지 더 부담스럽다. 골프 모임, 휴가, 야유회, 바비큐 파티가 한 철이다. 그래서 토론토의 한인 음악회는 거의 봄, 가을에 많이 열린다. 특히 많은 인원들이 모여 연습하는 합창 공연은 여름에 무대에 올리기가 참 어렵다. 예술 공연은 어차피 모험이지만, 준비하는 사람들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흥이 나고 보람이 있다.
지난해 워싱턴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악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연주를 시작한다. 주머니에 있던 1달러와 동전을 ‘종잣돈’으로 악기 케이스에 던져 놓았다. 바흐의 ‘샤콘 d단조’,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등 6곡을 45분간 연주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요청으로 몰래카메라를 거리에서 가졌다. 이 거리의 악사는 미국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요청으로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한 실험 무대였다. 결과는 한심했다. 45분간 그곳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1,097명이었는데 잠시라도 서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7명뿐이고, 동전을 던지고 간 사람은 27명이었다.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였다. 조슈아 벨의 개런티는 1시간에 6만 불 정도이니 1분에 약 1,000불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워싱턴 지하철 역에서는 1분에 1달러도 못 벌었다.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350만 불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이었다.
2011년 7월 26일(토요일)에 열린 샤론 성가단의 공연을 보며 준비한 스텝들이 “마음고생깨나 했겠다” 는 생각을 했다. 7월의 마지막, 황금 같은 토요일 저녁에 교통도 쉽지 않은 다운타운의 공연장. 요즘 같이 장사가 안될 때 ‘사랑의 나눔’ 행사에 선 듯 발걸음 하기가 쉬울까?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뿐이었다. 공연장은 꽊 메어졌고 관객들은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쁨 속에 있었다. 고풍스러운 메트로폴리탄 연합교회는 우아한 대리석, 장미목 조각, 스테인글라스 창문, 높은 천장에 매달린 골동품 급 조명등이 어울린 훌륭한 클래식 연주홀이었다.
토론토 샤론 성가단 정기 연주회 단원들의 연주 소리는 맑고 화음은 하나였다. 많은 연습이 만든 땀의 소리가 틀림없다. 한인석 지휘자의 아내인 반주자 한희, 테너 이용훈의 아내인 반주자 이은영은 ‘인생과 예술의 동업자’ 역을 무대에서도 보여 줬다.
한인석 지휘자는 혼을 기울인 손끝으로 음을 나누고 더하고, 곱했다. 마치 시와 음을 하나 되게 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테너 이용훈은 4곡의 앙코르로 관객의 사랑에 보답했다. 테너 이용훈은 저명한 콩쿠르의 수상 경력에 비해 활동 기간도 짧고 알려지지도 않은 성악가다. 한참 노래할 나이인데, 지난봄 성대 파열을 맞았고 이번 공연이 재기 가능 여부의 시험 무대이기도 했다. 그는 조심스레 소리를 폈고 네 번째 곡 인 ‘Non ti scodar di me’(물망초)를 노래하며 다시 한번 하느님의 은혜를 확인했다. 그는 하느님에게 “음악으로 찬양하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테너 이용훈 조슈아 벨은 ‘거리 악사’ 공연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빌보드 클래식 차트 3위에서 바로 1위로 올랐다. 그가 거리에서 몰래카메라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테너 이용훈이 같은 자리에서 거리 공연을 한다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까? 장르는 다르지만, 이용훈이 조슈아 벨과 견줄 만한 훌륭한 음악가가 되길 기대한다.
조슈아 벨의 ‘거리 악사’ 기사는 “ 온통 근심 때문에 서서 구경할 시간 조차 없다면이게 무슨 삶인가"라며 끝을 맺는다.
워싱턴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은 조슈아 벨의 ‘거리 악사’ 기사를 마치며 “ 온통 근심과 걱정거리 때문에 서서 구경할 시간 조차 없다면이게 무슨 삶인가(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하며 여유를 가지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우리도 힘들고 고단한 인생이지만, 짬 내어 일 년에 한 번쯤은 음악회에 가는 여유를 가지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