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수 Jul 04. 2020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의 동요 사랑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


 젊은 시절 송광사로 법정스님을 찾아뵌 적이 있다. 전라남도 순창에서 시외버스로 약 40여분 정도의 거리다. 그때만 해도 교통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시간에 쫓겨야 했다. 송광사에 도착해 법정스님을 찾으니, 약 30분 정도 떨어진 암자에 계시단다. 돌아가야 할 일정에 잠깐 고민을 하다 내친김에 암자로 향했다. 암자에 도착해 보니, 마침 법정스님은 불공 중이었다.  암자는 약  9평 정도로 작았고, 서른 쯤 들어 보이는 행자 스님이 기다리는 방문객에게 뜨락을 설명하고 있었다.  

 

  뜨락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였지만,  동양화에서 나 볼 수 있는 각종 화초들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이건 꽃만 피고 열매가 맺지 않는 꽃 석류고,  이것은 매화,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치자나무, 대나무,  소나무는 아실 테고, 산다화, 수선화, 파초, 저기 보이는 것은 벽오동, 만향, 부용화, 국화,  이것은 죽란인데 아주 귀한 거죠. 이것은 풍란…”  주위에는 이름 모를 새들과 나비, 벌들이 꽃 향기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이런 곳에서는 저절로 좋은 글이 나오겠구나”하며 정작 법정스님보다 뜨락에 감동받고 돌아온 적이 있다.

법정스님이 계셨던 송광사 불일암 정원

    지난 주말,  미시소거의 한 교회를 찾았다. 미시소거 로드 남쪽에 자리 잡은 이 교회는 오래된 주택가 속에  있는 작은 캐네디언 교회였다. 잘 가꾼 정원과  나무,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 잔디밭 등이 어울려져  고풍스러운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마침 토요일 저녁이라 주변은 고요했고,  가라앉은 듯한 차분한 위엄이 그 옛날 송광사의 암자를 연상케 했다. “아! 이런 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교회로 들어섰다.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8세에서 15세 정도의 아이들이 40여 명이 보인다. 지휘를 하는 분은 미리 약속을 한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의 고선주 일 게다. 저녁 약속 있어 초조했지만, 노래가 끝나 길 기다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낯익은 멜로디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 살  떠다니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8xPnBNWj9hI

 

 눈물이 고였다가 옆으로 흐른다.  아! 이곳 토론토에서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감격과 서러움이 뭉쳐 감정을 밀어낸다. 혹 누가 눈치챌세라  몰래 눈물을 훔쳤다. 어렸을 적에 들었던 동요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맛보는 듯했다.


  아주 낮고 맑은음으로 ‘낮’을 시작하더니,  ‘엄마 곁에’서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웅장한 음으로 바뀌어 갈아타고, ‘달’과 ‘구름’을 지나 연못’에서 아름답고 곱게 학이 내려앉듯 음을 접는다.


 나뭇잎 배는 1955년 ‘케이비에스(KBS) 방송 동요’로 발표되었다. 8분의 6박자의 서정 동요로서 오늘날에도 널리 애창되고 있다. 6·25 전쟁으로 시달린 어린이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기 위하여 곱고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운동이 1954년부터 KBS에 의하여 펼쳐졌는데, 그때 만들어졌다. 노랫말과 가락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정감 있고 아름다운 노래로서 애창되고 있다. 작사자 박홍근과 작곡자 윤용하의 대표적인 동요이다. 

 

 작사가 박홍근은 1919년 함경북도 성진 출생으로 1950년 6·25 전쟁 때 월남해 1953년 해군본부 편수관, 1959년 KBS 문학 프로 담당, 1960년 월간 ‘새 사회’ 주간으로 활동했으며, 1981~1986년 한국아동문학가 협회장을 역임했다. 2006년 3월에 타계했다.


 작곡가 윤용하는 황해도 은율 군 출생으로 만주 봉천 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의 집안에서 성장하여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통해 음악을 접하였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며 봉천 방송국 관현악단의 지휘자인 일본인 가네꼬로부터 부정기적으로 화성법과 대위법을 배우고 그 외 독학과 개인적인 음악적 경험으로 합창곡, 동요곡 등을 작곡하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야구장에서 '한인의 날'을 맞이해 경기 전에 국가를 부르는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이 피자를 먹으러 간 동안 지휘자와 인사를 나눴다. “너무 잘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이런 좋은 동요를 듣다니…”  아이들 거의가 한국말이 서툴러 영어로

토를 달아 가사를 외운다는 말을 듣고 참 대견스러웠다. “김세환 콘서트에  아이들을 출연시키고 싶습니다.”는 말에 “아, 우리 오디션에 통과했어요.”하며 웃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론토 한인 어린이 합창단의 음반을 넣었다. ‘For the beauty of the Earth’에 이어  ‘별’, ‘신아리랑’이 계속된다. 참 좋은 우리 동요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