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도 3장, 꽃잎도 3장, 꽃받침도 3개
'수명을 연장한다"는 뜻을 지닌 <연령초>
함께 걷는다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두 사람이 함께 걷기 위해
보폭을 살피듯이 대화도 멈춤과 움직임의 연속이다.
좀 걸을래? 하면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다.
혼자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함께 하면 양양해진다.
그저 나란히 말없이
걸음을 옮겨도
침묵의 신비함이 감싼다.
그저, 좋다.
길 옆에 자그마한 들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자그마한 들꽃은 풀 속에 숨어 찾기 어려운데
트릴리움(Trillium)은 그런 수고를 안 해도 눈에 띈다.
숲 속 그늘에 숨어 있지만,
마음속 여인 앞에
그녀의 마음을 떠 보려는 듯
하얀 손수건을 넌지시 떨어
뜨려 놓은 것 같다.
이파리도 석 장,
꽃받침도 석 장,
하얀 꽃잎도 석 장,
살짝 토라진 암술머리도 세 갈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초록 드레스 자락에 풍성한 리본이 달린
하얀 블라우스를 걸쳤다.
그 우아함은 조심스럽고
자태는 정갈해
여럿이 모여 있으면
기꺼이 숲 속 잔치의 하객들이 된다.
트릴리움 사이로 꼬마 달팽이가
늠늠이 기어간다.
온몸을 바닥에 대고
어딜 가는 걸까?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
이 숲 속이 아니라면,
달팽이의 걸음조차
조바심 나 기다리지 못했으리라.
마음이 고요해진다.
한걸음에 하늘 높이 오르려 했던
내가 부끄럽다.
그래,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는 것이 지름길 아닐까?
트릴리움처럼 그윽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살아 가자.
쓸 데 없는 생각일랑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아보자.
언덕 저 편엔
푸른 잎새로 치장한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숲 사이를 마음껏 누리는 작은 새.
숲은 바람이 흔드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흔든다.
숲은 웬 종일 새들이 수런거리는 말의 집이다.
그래서 숲은 쉬지 않고 중얼거린다.
걸으며 생각하고,
마음으로 걷다 보면,
몸의 매듭도 풀리고
정리 안된 생각들이 차츰 제자리를 찾는다.
사진/한호림(저술가), facebook Official Site
글/황현수(마인즈 프로덕션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