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둘레길의트릴리움(Trillium)

트릴리움이란 꽃 이름은 희랍어 숫자 3(Treis)에서 유래됐다.

by 황현수

이파리도 3장, 꽃잎도 3장, 꽃받침도 3개

'수명을 연장한다"는 뜻을 지닌 <연령초>


함께 걷는다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두 사람이 함께 걷기 위해

보폭을 살피듯이 대화도 멈춤과 움직임의 연속이다.

좀 걸을래? 하면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다.

혼자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함께 하면 양양해진다.

그저 나란히 말없이

걸음을 옮겨도

침묵의 신비함이 감싼다.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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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에 자그마한 들꽃들이

예쁘게 피었다.

자그마한 들꽃은 풀 속에 숨어 찾기 어려운데

트릴리움(Trillium)은 그런 수고를 안 해도 눈에 띈다.

숲 속 그늘에 숨어 있지만,

마음속 여인 앞에

그녀의 마음을 떠 보려는 듯

하얀 손수건을 넌지시 떨어

뜨려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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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도 석 장,

꽃받침도 석 장,

하얀 꽃잎도 석 장,

살짝 토라진 암술머리도 세 갈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초록 드레스 자락에 풍성한 리본이 달린

하얀 블라우스를 걸쳤다.

그 우아함은 조심스럽고

자태는 정갈해

여럿이 모여 있으면

기꺼이 숲 속 잔치의 하객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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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릴리움 사이로 꼬마 달팽이가

늠늠이 기어간다.

온몸을 바닥에 대고

어딜 가는 걸까?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

이 숲 속이 아니라면,

달팽이의 걸음조차

조바심 나 기다리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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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요해진다.

한걸음에 하늘 높이 오르려 했던

내가 부끄럽다.

그래,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는 것이 지름길 아닐까?

트릴리움처럼 그윽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살아 가자.

쓸 데 없는 생각일랑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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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저 편엔

푸른 잎새로 치장한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숲 사이를 마음껏 누리는 작은 새.

숲은 바람이 흔드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흔든다.

숲은 웬 종일 새들이 수런거리는 말의 집이다.

그래서 숲은 쉬지 않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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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하고,

마음으로 걷다 보면,

몸의 매듭도 풀리고

정리 안된 생각들이 차츰 제자리를 찾는다.


사진/한호림(저술가), facebook Official Site

글/황현수(마인즈 프로덕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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