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수 Jun 28. 2020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가수 추가열


 가수 추가열, ‘ 같은  없는 건가요

 1970년대는 포크 음악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음악은 특히 인기가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나라의 민속 음악을 접목시켜 많은 작곡을 했는데,  한 번은 폴 사이먼(Paul F Simon)이 아프리카 토속 음악을 주제로 새로운 음반을 낸 적이 있다.   유명한 음악가가 새 앨범을 냈으니 방송에서 주요 이슈로 다루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생방송 중에 평소 사이먼을 좋게 생각하지 않던 사회자가 아프리카 토속 음악을 주제로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이먼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음악은 만든 사람은 저 하나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누구나 가끔 좋은 아이디어를 떠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생각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특히,  사이먼 앤 가펑클은   페루 잉카의 민속 음악을 녹여 노래를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영향을  받아  외국  민속 음악을  한국화 하려는 음악인들이  있다. 가수 추가열이 그중 하나다.  사실 추가열 하면 생각나는 것이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인데,  그 노래는  포크라  하기도 그렇고, 듣기에 따라 트로트라고 할 정도로 애매하고 복합적인  장르이다.  포크에 애잔한 ‘한’ 이랄까, 한국적 슬픔이 배어 있는 것 같다. 그의 다른 곡들도  전통 포크에 아프리칸, 아랍, 남미, 동유럽풍, 페루 음악에 가요를 접목시킨 ‘추가열식의  퓨전 재즈’라 할만한 곡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추가열의 음악은 신비롭다. 남자인데 여자처럼 목소리가 여리고 애달프다.  여성스러운 가사와 서정적 멜로디, 애절한 목소리가 만드는 감동은 부드러운 미풍을 맞는 듯 편안함을 준다.  

추가열과 토론토 <OKBA 여성의 밤> 섭외 차 통화를 했다.  “40~50대가 들을 만한 좋은 음악이 없어 진지 10여 년은 된 것  같아요. 젊은 층이 좋아하는 댄스나 발라드도 아니고, 중장년 층이 즐기는 트로트도 아닌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라며 자신을 틈새시장 가수란다.  “우리 음악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미국이나 영국의 팝이 아닌 한국적인 음악으로 승부해야 해요. 제3의 세계 음악, 뉴에이지 음악처럼요.”  “제가 요즘 소속사가 바뀌어서 해외 공연은 정말 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한참을 뻐기던 그는 토론토 공연을 하기로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의 여성스러운  목소리는 20여 년 전 얻은  지독한 성대 결전 때문이란다.  당시 결절이 성대를 덮을 만큼 최악의 상태였고, 회복 불능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하지 않고 2년간 매일 같이 등산하고  물을 마시면서 자연치료를 했고, 지금의 고운 목소리로 살아났다고 한다.  

 

 추가열이 또 특이한 점은  그가  아이돌 그룹의 산실인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수만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은 음악 평론가 이백천의 소개로  SM 엔터테인먼트의 ‘옴니버스 포크 음반’ 오디션에 참가해서다.  추가열은 후배에게 주려고 작곡했던 <나 같은 건 없는 건 가요>를 즉석에서 들려주었고, 이수만 대표는 기립 박수를 했다고 한다.  이수만은 당초 예정했던 옴니버스 음반은 취소하고 이튿날 바로 추가열과  전속 계약을 맺는다.  15년의 무명 가수 생활이 끝난  순간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1호 포크 가수이기도 한  그는,  1년 뒤 인  2003년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음반으로 내놓으면서  가요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다.  하지만,  방송 활동보다는 라이브 무대 공연을 더 많이 해서 관객을 위한  맞춤형 가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관객을 빨아들이는 듯한 무대 매너는 동료 가수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다. 

  https://youtu.be/akvqYjeUihw

 1968년생인 그는 충청남도 보령의 바닷가에 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힘든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겪었다. 부모님은 늘 밖에서 일을 하셨고 마주하는 시간이 부족해 항상 외롭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감정과  어머니의 사랑,  외로움 등이  그의 음악에 순간순간 녹아져 있다. 

 지난해 말,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그는 새로운 둥지에서  푸른 하늘을 향한 날개 짓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추가열에게  토론토 하늘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2015. 봄>

매거진의 이전글 골든 디스크 재키의 이종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