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수 Jun 29. 2020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잘 고른 노래 한 곡, 백 마디 연설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애창곡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애창곡은 즐겨 부르는 노래 정도로 알고 있지만, 자신의 아련한 과거나 추억이 노래에 녹아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 그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노래를 이용하고, 때로는 보여주기 위해 애창곡을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아예 애창곡을 바꾸기도 한다. 


   요즘 언론에 연일 등장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평균 시청률 50.8%를 기록한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는 검사 박상원의 실제 모델이라 한다.  검사 홍준표가 맡았던 슬롯머신  범죄 수사가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지금의 경남도지사에 이른다. 홍준표 지사의 애창곡은  <추풍령>과 <홍도야 울지 마라>이다. <홍도야 울리 마라>는 아마 유권자용 인 것 같고, <추풍령>이  진짜 애창곡 일 게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 추풍령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 흘러간 그 세월을 뒤 돌아보는 /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추풍령은 1960년대에 가수 남상규가 불러 크게 히트 한 가요이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도 좋아서  남상규뿐만 아니라 배호, 나훈아, 이미자 등도 불렀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그 인기만큼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추풍령은 '추(秋)'와 '풍(風)' 자가 만나면서 묘한 의미가 되기도 한다. 원래 추풍은 일 년 내내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 추풍(秋風)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또 다른 설에 의하면 남쪽 영남의 선비들이 이 고개를 넘어가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과거 시험에 떨어져 다른 고갯길로 돌아갔다는 옛말도 전해 온다. 또한 예부터 추풍령은 백두대간 소백산맥 중에 서 가장 낮은 고갯길이어서 영남의 관문으로 중요시되었던 곳이라 한다.  영남의 대표 수장, 홍준표 도지사가 앞으로도  ‘추풍령’을 계속 부를지?  눈여겨보겠다. 

홍준표 의원 애창곡은 추풍령


충남도지사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애창곡은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이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설움이 더 해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라”

 

최백호는 이 총리와 같은 1950년생이다. 그의 노래에는 인생과 낭만이 있다. 가슴으로 부르고 굴곡 많은 인생사가 듬뿍 묻어 있는 노랫말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부산이다. 그의 아버지 최봉원은 부산 영도에서 29세의 나이로 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5개월 뒤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최백호가 만 한 살도 안 되어서다. 1976년 그가 20살 때 어머니마저 췌장암으로 돌아가시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만든 노래가 바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라며 시작되는 이 노래는 연인의 이별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눈물의 사연이 담겨 있다. 지난겨울엔 전 부인인 탤런트 김자옥 마저 세상을 떠나 노랫말을 되짚어 보게 된다.  연일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의 지금 심정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아닐까?

강부자의 애창곡은 '그대 그리고 나'

  탤런트 강부자는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표의 전국구 의원직 승계로 국회의원이 된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그녀는 서민적인 이미지로 나름 열심히 의정 생활을 했지만, 정치와 뭐가 맞지 않는지? 초선으로 그친다. 그녀의 애창곡은 소리새가 부른 ‘그대 그리고 나’이다.  작년엔 KBS의 ‘불후의 명곡’에 직접 출연하여 이 노래를 불렀다.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나/ 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흰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https://www.youtube.com/watch?v=8M3Y-xhFjDU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는 1988년에 만든 작품이지만, 방송에서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에 ‘열린 음악회’ ‘주부가요열창’등을 통해 다시 알음알음 알려지게 되어 100만 장의 음반 판매를 올리게 된다. 

소리새의 '그대 기리고 나'는 노래방 순위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다.

그 뒤 노래방 애창곡 순위에서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7080 세대들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곡이다. 소리새는 황영익과 신성철이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5월 토론토에 공연 차 왔었다.  하지만, 황영익과 신성철 듀엣도 그 후 오래가지 않아 헤어진다. 결국 “그대 그리고 나”의 노랫말처럼  함께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2013. 봄>

매거진의 이전글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