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나의 모든 것
긴 연휴를 맞이하여 서울에 갔다.
물론 나는 백수라 평일도 연휴지만,
그래도 친구와 같이 연휴를 보냈다.
나는 사실 타는 걸 엄청 좋아한다.
엄마아빠 말론 꼬꼬마 때부터 그랬단다.
4시간 동안 타는 버스도 전혀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금방인데? 할 정도다.
기차도 ktx나 srt보다는 무궁화호를 좋아한다.
그래서 신나게 서울로 향했다.
나는 30살에 대학원생이 되었어도,
그동안 이뤄놓은 것도,
모아놓은 돈이 없어도 별로 창피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날
가끔 남과 비교되는 날이 있긴 했다.
그래도 예전의 나보다는 덜하려고 노력했다.
남보다는 날 더 신경 쓰자!
하고 살았던 덕일까.
정말 괜찮았는데,
정말 정말 괜찮았는데.
서울에서 ‘팡’하고 터져버렸다.
초라했고, 창피했고, 슬펐다.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엉엉 소리 내고 울지는 못했지만,
두 시간 동안 펑펑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나를 생각하게 되는 어떤 타이밍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곱씹었다.
남들은 그 시간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서
자리를 잡았는데,
여유로워졌는데.
나는 여전히 떠돌고, 여유가 없었다.
물 흘려보내듯 보낸 시간들도 있었고,
고집과 아집으로 평범하지 않은 시간들도 있었다.
나는 그 시간들을 모두 열심히 살지 않았다.
그래서 불만하지 않았다.
온전히 나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쉽게 무너질 모래성이었나 보다.
제주에서 나는 나의 다음을 그렸지만,
서울에서 나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었다.
나의 오늘도,
나의 다음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무너진 채로 두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몇 번이고 무너져도
나는 또 쌓고, 다시 쌓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