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

by 달솜

나는 아주 오랜 기간 백수다.

대학원생이면서 백수는 무슨 백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난 백수다.


어느 순간 살도 많이 찌고

멋진 커리어우먼이 된 친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있었다.

쉽게 만나자는 이야기도,

흔한 여행 가자는 이야기도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같이 여행 가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에 여행을 갈 돈도 없는 나였지만

그 연락이 그렇게도 고마웠다.


때마침 글을 하나 봤다.

취업하고 나니 백수친구를 안 만나게 되는 거 같다는

글이었다.

흔한 경제이야기도 못하고

자랑하나 느껴질까 봐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글이었다.


그 글에는 죄의식이 있는 백수라며

나와 비슷한 백수도 있었다.

보고 싶어도 못 만나고

만나도 말할 거리도 없는 그런 백수.


그래서 친구에게 보내며

자랑할 거 있으면 하라고

조심하지 말라는 말을 장난스레 덧붙였다.


뒤이어 친구는 메시지를 보냈다.

“너나 죄의식 갖는 백수라고 생각하지 마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연락은 늘 하는 친구라서

현재의 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어도 조심스레 이야기해 주고

아무렇지 않게 "~하자"

"언제든 놀러 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나 출근해도 집에 있어도 되니까

바람 쐬고 싶으면 언제든 와"였다.


가끔 이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덧붙였다.


예전에는 나도

친구의 자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내 마음이, 머리가 여유가 없어서 그랬다.


안 그래도 좁아진 친구관계에서 이 친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말라버린 내 안의 사막에

오아시스 같았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게 하고

지쳐 쓰러지면 쉬어가게 만들었다.

더 열심히 살고 싶어 지게 만들었다.


친구는 고맙다는 인사에

해준 것도 없다, 뭔가를 해줬을 때 고맙다고 하라고 했다.


친구는 모를 것이다.

존재자체만으로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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