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보셨나요, Racial Profiling

#미국 살이의 진짜 모습, 따질땐 남편처럼, 인종 프로파일링

by 달순
들어가며

이 글은 본인이 현재 (현재시각 미국 서부시각 2019년 8월 10일 낮 4시)로부터 24시간 전에 직접, 막 겪은 일을 일화로 만든 것입니다. 처음엔 글로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미국에 살다보면 있는 흔한 이야기라고 치부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와 이 일에 대해 통화를 하다 보니, 정말로 이 이야기는 좋은 글감이다 싶어 써 봅니다.

사건의 발단: 그놈의 포오트 메리온!

네, 맞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신혼 살림 장면에 나오는 녹색 잎들이 접시 주변에 또로록 그려져 있는 그것. 포트 메리온. 영국제 접시 브랜드인 그 놈을 미국 티제이 맥스TJ MAXX에서 보고 말았습니다. 생활 잡화점인 이 곳에서 그 녹색 띠를 발견하자, "아, 그래. 그까잇거 물건을 보면서 한이 되면 안된다! 그놈의 포오트 메리오온이 뭐라고! 나도 살수있다 포오트 메리온!"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찬장을 열면 두 사람의 살림에는 과한 열 개 정도의 컵이 있습니다. 네, 저는 컵 호더hoarder는 아니지만, 그래도 또 사고 싶은건 안 사면 병된다! 고 때로는 생각합니다. 그 놈의 포오트 메리온은 속으로 참으로 사 보고 싶었습니다. 왠지 우리집 찬장에도 그것이 있으면 "이 고오슨 나의 행복한 우리집~" 성악이 마음에서 절로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티제이 맥스에서 이 아이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턱, 손에 집어 들고 말았습니다. 사실 가격도 10불. 한국돈으로 만원. 그까이꺼 못사겠나. 싶은 마음에 물건을 2주 전에 구매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컵을 쓰려고 한번 물로 씻으니 컵바닥에 붙어있던 스티커가 날라갔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거기서 발견한 문구. Made in China! 인터넷 검색해 보니 포트 메리온이 원래는 영국에서 만드는데, 중국에 OEM주문생산을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달린 댓글들. '중국산은 손에 쥐는 감도 안좋고, 뭔가 짝퉁스러워 안 삽니다!'는 단호한 태도들로 제 마음이 차갑게 식어 버렸습니다. 영수증은 이메일에 있고, 또 제 이민 6년차 경험상, 미국은 물건 구매후 물건 자체에 하자가 없는한 환불이 상당히 쉽습니다. 가격표 혹은 바코드 스티커가 없으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환불 대신 스토어 크레딧 (그 상점에서 그 가격만큼 다른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제도) 을 주기에 주말에 남편과 다시 그 곳을 찾았습니다.

Screen Shot 2019-08-12 at 4.45.15 PM.png 저 띠가 보이시나요? 네, 제가 찾던 꿈의 컵, 포오트 메리오온~!


사건의 전개: 미국 백인 계산원 언니의 싸늘함

일요일 오후의 티제이 맥스에는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이미 수명이 대기줄에 서 있고, 저 역시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띵동! 번호판에 불이 들어오며 Next cutomer, number two please! (다음 손님, 2번으로 와 주세요) 하길래 냉큼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설명을 쭈루룩 했지요. "아, 저번주에 여기 와서 이거 샀는데, 여기 영수증이 있어요. 그런데 환불해 주세요." 하며 제 핸드폰에 있는 영수증을 보여줬습니다. 영수증에는 다른 물품들과 함께 Table Top 9.99 라고 나와있더군요. 후움.... 저 역시 저 Table Top이 이 컵을 가르키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Cup 도 아니고 Port Merion도 아닌 저 단어..... 그런데 이 계산원 여성분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그녀의 첫마디는

"너가 산 컵이 10불일리가 없어. 이 컵 하나가 10불하지 않을껄? 영수증은 있는데 스티커가 없네."

하면서 상당히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의뭉스러운 표정에 우리를 의심하는 눈빛이 서려 있다는 것을, 눈치가 많이 없는 저는 나아중에 알았습니다. 이에 대한 제 남편의 반응은 조큼, 어이없게도! 저에 대한 작은 나무람이었습니다. 남편 역시 처음에는 영수증을 보더니 저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테이블 탑 이라는 단어가 그 컵을 가르킨다고 확신을 할 수 없었는지, 남편은 그 계산원의 말을 믿고 저에게 그러더군요.

"여보, 다음부터는 반드시 물품의 가격을 확인하시오. 컵하나가 보통 4,5불 하지 10불일리는 없을것 같구료. 그러니 우리가 처음 이 컵을 살때 일종의 바가지를 먹은 게 아니겠소? 이게 다 당신이 가격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이외다. 이보오 계산원, 그럼 우리가 처음 이 컵을 살 때 돈을 더 많이 낸것일수도 있겠구료?! 어쨌든 우리는 환불을 원하오."

image1.jpeg 문제의 영수증 9.99 보이시나요?


계산원은 우리에게 잠시만 기다리라며, 자신이 이와 똑같은 물건을 가져오겠다 하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전 속으로 '에잇. 내가 물건 가격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남편에게 지청구를 먹지 않았을텐데......' 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다리는동안 왼쪽 카운터에서 한 백인 할머니가 계산원에게 하는 말이 들리더군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이건 내가 저번에 여기 와서 물건 산 영수증인데 말이야, 당신이 이걸 보면 알겠지만, 내가 물건 한개를 샀는데 당신이 두 번을 찍었어. 그래서 내게 물건 한 개 값은 돌려줘야겠어."

라고 말하고, 이를 들은 계산원은 대꾸 한마디 없이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녀는 이 할머니에게 "고객님이 물건을 하나 사셨는지, 두 개 사셨는지 우리는 확인할 길이 없으니 고객님 말대로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와 같은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할머니는 심지어 물건을 가져오지도 않고 단지 영수증만 내밀었을 뿐입니다. 허허허... 이 할머니 고객과 나의 상황이 아주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객을 대하는 계산원의 태도가 이토록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우리의 계산원은 3분이 경과하여도 나타날 생각이 없길래, 제가 기지를 발휘하였습니다. "여보, 잠깐마안~~~" 하며 말끝을 길게 흐리고, 저는 몇발자국 옮겨 코너를 돌아 컵을 찾았습니다. 제가 산 것과 또옥같이 생긴 포트 메리온 컵이 대롱대롱 달려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덥썩 그 아이를 잡아 가지고 왔습니다. 소요시간은 삼십초. 아하! 그런데 여기서 더욱 재밌는 사실은 바로 그 컵의 바닥에 붙어있는 가격표 스티커 였습니다. 바로 그 가격은 9.99 하하하하하하! 역시나 그렇듯이 언제나 남편과 저의 전쟁/갈등/말싸움 등등에선 제가 우월했고 우승하였습니다. "이것봐! 가격이 9.99잖아!" 그리고 잠시후 그 계산원 언니가 빈손으로 매니저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저는 당당히 말했지요. 이거바, 내 말이 맞잖아, 요년아! 9.99라고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의 영어는 'Here is the same cup and it shows the price, which is 9.99!" 정도로 공손한 말투였습니다.

Screen Shot 2019-08-12 at 4.41.04 PM.png 네, 여러분의 편의를 돕고자 미국의 한 잡화 물품점 티제이 맥스 이미지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사건의 절정: 남편의 노여움

자, 이제 똑같은 물건이 있겠다, 영수증의 가격표도 동일하겠다. 이 계산원 언니는 할 말이 없을것 입니다.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 우리는 그녀가 우리를 대한 말투와 태도에 기가 죽었고, 화가 났고, 불쾌했습니다. 그녀는 스티커가 없는 컵을 가져온 아시안 두 명인 우리를 '니네, 이거 스티커도 없고, (내가 보기엔 10불일 리가 없는 낮은 가격의 물건인데) 괜히 이상한 짓(돈을 더 받으려 한다거나)하러 온거아니야?' 라는 뉘앙스가 풀풀 나는 말투로 우리를 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따박 따박 조금은 화가 난 목소리로 할 말을 다 했습니다.

"이보시오, 계산원 양반! 이제 우리 말을 믿겠소? 당신은 우리가 10불짜리 컵 사기치려고 여기 온 것처럼 말하는구려.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이 옆의 손님을 대하는 다른 계산원을 지켜봤소. 영수증에 한 개의 물건 두번찍혔다고 물품도 없이 이야기하는 손님 말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안하고 그 말을 그대로 들어주는것 같더이다! 우리는 영수증과 물건이 있는데도 당신은 우리 말을 그대로 듣기보다 의심부터 하는거 같네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우리가 백인 손님이라고 해도 그랬을까요옷?!!!!" 이같은 장황하면서도 그래도 할말을 다 따지는 남편의 긴-한마디에 정말로 백인 계산원은 이전의 네가지 없는 태도에서 우리를 VIP급으로 대하더군요. 와, 사람의 말투와 태도가 이렇게 순식간에 뒤바뀌는걸 지켜보는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사건의 결말: Racial Profiling

이 단어 Racial Profiling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아, 너는 백인이니깐 내가 쫌 후달리니 너한테 잘해줘야지. 아, 너는 흑인이네! 흑인들은 범죄율이 높으니 너가 어린 흑인 남자라도 경찰인 나는 너를 조사해야겠다! 아, 너는 아시안이네. 영어도 좀 서툰거 보면 이민자 아시안? 뭔가 미완성된 어린아이 같구만. 함부로 대해도 되겠어!) 괄호속의 말들을 아무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지만, 이들은 사람들의 뇌 속에서 살아 숨쉬어 그들이 스스로 자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생각에 기반한 행동들을 취합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인 우리 모두는 인종에 대한 생각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백인이 갖고 있는 유형 무형의 자산을 previlige 특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은 보편화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또 이 화제를 백인 당사자와 말을 하면 노발대발하기도 합니다.'나는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뿐이고, 내가 갖고있는 피부색은 백색일 뿐이야.' 이럴 때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너가 속한 이 사회에서 백인을 알게 모르게 우대하는 건 유색인종인 내가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단다. 인종에 대한 생각, 각 사회가 그 인종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해 소수자편에 속하는 저로서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네, 이 글을 쓰는 저는 미국에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생각꺼리가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백인에게는 관대하고 흑인, 동남아인에게는 홀대를 하지 않는지요.

아래의 유투브 동영상을 보니, 이 연사자는 참으로 멋집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의 경험. 시청을 권합니다.


https://youtu.be/LCX_Th-IjjE

포트메리온 이미지 출처:https://www.bedbathandbeyond.com/store/product/portmeirion-botanic-garden-terrace-bell-shape-mugs-set-of-4/1042554875?skuId=42554875&&mrkgcl=609&mrkgadid=3304700454&enginename=google&mcid=PS_googlepla_nonbrand_dining_online&product_id=42554875&adtype=pla&product_channel=online&adpos=1o7&creative=223852732203&device=c&matchtype=&network=g&gclid=CjwKCAjwnMTqBRAzEiwAEF3ndj7WMpEV5GpUm1439uA8Uy24eTyvF2plhJH7TXdJbf8CRZCeRi19cRoCLcwQAvD_BwE&gclsrc=aw.ds

티제이 맥스 이미지 출처:https://stylesage.co/blog/truth-by-numbers-tjma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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